강원도 원주시 원주공단에 자리잡은 금성콘크리트.

콘크리트 흄관과 전주 등을 주생산품으로 하고있는 이 회사는 지난76년
설립돼 1백여명의 종업원이 연간 50억원규모의 매출실적을 올리며 착실히
성장해가고 있다.

이회사의 노사관계는 상호신뢰의 분위기속에서 회사발전에 주체로 참여
한다는 동반자의식이 충만해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3월 노사화합대회를 개최하면서 다시 한번 확인
되기도 했다.

이회사의 노사관계도 회사가 위기상황을 맞는 어려움을 겪은 끝에 협력
분위기로 자리잡게 됐다.

지난80년대초만해도 노사간 대화라는 것이 별도로 없었다.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와 같은 조직이 없었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의견을
필요로 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임시기구를 구성해 협의한 후 해산하면
그뿐이었다.

따라서 노사가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고 그동안 쌓였던 불신의 벽도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았다.

이는 곧 근로자들의 근무기강해이로 이어졌고 생산성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회사측은 이런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시설투자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판단, 지난91년 근로조건개선이나 회사의 경영방침 등을
협의할수 있는 공식적인 기구구성을 근로자들에게 제의, 노사협의회를
만들게 됐다.

제대로 된 노사관계를 구축하자는 뜻에서였다.

그러나 노사협의회구성이후에도 노사관계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고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오히려 어려움만 가중돼갔다.

동종업체수가 갑자기 늘어나고 경기는 급전직하로 침체되면서 93년
매출실적이 전년의 50억원에서 32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주변에 새로 생긴 공장으로 숙련공이 빠져 나가면서 생산성은 내려
앉았다.

근로자들은 회사가 망할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경영진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등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노사협의회의 김수천 근로자대표는 "경영진의 말이라면 색안경부터 끼던
근로자들이 회사가 불황으로 휘청대는 현실을 직접 보면서 조금씩
달라졌다"고 말한다.

경영진도 낡은 설비와 무원칙한 운영으로는 지탱할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감한 투자와 함께 근로자의 의식을 개혁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예컨대 콘크리트제품에서 형틀을 빼내는 탈형작업을 자동화 해달라는
근로자의 요구를 수용하는가 하면 10년의 수명이 보장된 공장보일러의
고장이 잦자 5년만에 교체하는등 근로자의 작업안전에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였다.

또 생산계획 수립과정에서 노사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심했다.

매년초 회사에서 생산량을 결정해 제시하면 근로자측에서 현장상황을
감안, 생산계획과 일정을 작성해 나갔다.

근로자의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결근자가 발생할 경우 점심시간을
줄이면서까지 생산계획을 맞추려 애쓰는 분위기도 확산돼갔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엔 생산성이 두자릿수로 향상됐고 고품질
전주의 경우 하루 60개 안팎을 생산하던 것을 지금은 85개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지난해의 임금교섭을 하루만에 종결짓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분위기는 노사모두의 양보와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영호 상무는 "10년동안의 경험을 통해 노사화합이 기업생산성을 올리는
지름길이자 기본이라는 소중한 사실을 노사 모두가 알게됐다"며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우리회사의 미래는 상당히 밝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근로자대표도 "노사 모두 불가분의 동반자관계라는 인식이 근로자들
사이에 확고히 뿌리내리고 있어 앞으로 우리회사는 높은 생산성을 통해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원주 = 김희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