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호 < 대우경제연 상무 >

지난해 30% 이상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이 올 4월 이후 갑자기
5~6%대로 급락하면서 무역적자가 크게 확대된 것은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요인에다 원화 환율이 고평가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따라서 향후 수출증대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원화 환율을 적정수준
까지 조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정책당국은 환율조정은 무역수지 개선에 별다른 효과가 없으며,
현재 우리 경제의 여건상 인플레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정책당국의 이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수출구조는 전반적으로 조노화된데다 품질 디자인
등 소위 비가격경쟁력면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수출이 환율에 크게 의존하는
특이한 체질을 갖고 있다.

즉, 환율이 조금만 변하더라도 우리 수출과 무역수지가 크게 흔들리는
불안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환율이 우리나라 경상수지 관리에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실질실효환율이 상승하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경상수지적자폭이 축소
된다.

그러나 시장환율이 자본유입에 의한 종합수지로 결정될 경우 실질실효환율
과 시장환율사이에 괴리가 생기고, 실질실효환율에 의한 경상수지 조절기능
을 상실하게 되는데, 바로 이러한 경우에 정부는 환율에 의한 경상수지조절
기능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환율정책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당국이 환율상승에 따른 인플레 우려때문에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통화증발을 유발해 오히려 인플레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번 대책의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는 수출선수금 영수한도 확대
등은 궁극적으로 단기자금 유입을 통해 원화절상압력을 가중시켜 무역적자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원화 환율을 시급히 적정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의 여건과 엔.달러 환율수준을 감안할 때 최소한 797원은
유지되어야 한다.

엔.달러 환율이 110엔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에는 800원 이상이 유지되어야
우리 기업의 대외경쟁력과 채산성 확보가 가능하다.

현재처럼 OECD 가입이라는 특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혹은 선진국의 압력
이 무서워 정책당국이 환율조정은 불가하다는 분위기를 나서서 조성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경제주권을 가지고 우리 경제의 현실에 맞는 환율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