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기계가 17일 전면파업에 들어간데 이어
기아자동차 노조가 완성차업체로선 처음으로 파업을 결의함에 따라
자동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특히 기아자동차와 만도기계 노조가 민주노조총연맹
(민노총)소속이라는 점에서 같은 민노총계열인 대우 쌍용 아시아자동차
등의 연쇄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외제차의 내수시장 공세와 수출부진에 이은 노사분규가 업계를
불안속으로 몰고 있는 셈이다.

기아 노조는 이날 실시된 쟁의행위 돌입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에서
66.7%의 찬성으로 쟁의안을 가결시켰다.

이에따라 노조는 18일 아산공장에서 전체 노조원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진 후 곧바로 준법투쟁에 들어가 빠르면 다음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4일 쟁의발생신고를 낸 기아자동차 노조는 그동안 ''상급단체
(민노총)인정'' ''주 40시간 근무'' ''유니온 샵'' 등을 회사측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기아측은 상급단체 인정은 단위사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뿐더러 주 40시간 근무조항도 자동차업계의 수준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어왔다.

때문에 협상타결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기아자동차는 이미 지난달부터 협력업체인 AP사의 파업으로 일부차종의
생산이 중단됐왔다.

그러나 AP사의 파업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기아가 비상조치로 지난 8일 세피아의 패널을 찍어내는 AP사의 금형을
아산공장으로 옮겨와 세피아 차량의 일부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기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아산 및 소하리 공장 생산라인의 가동이
전면 중단돼 피해 규모가 훨씬 클 수 밖에 없다는 것.

기아관계자는 "노조 파업으로 전차종의 생산이 전면 중단될 경우 매일
2백80억원정도 생산차질이 발생하게 된다"며 "여기에다 협력업체의 매출
손실 및 수출 차질까지 합하면 그 피해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7일 현재 재고물량은 총 2만여대(10일분)에 불과하다"
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당초 올해 매출목표인 7조4천억원의 달성은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기아자동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다른 업체에 미칠
연쇄파급효과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기아자동차에 이어 대우 쌍용 아시아 등 민노총 계열의
신고를 내면서 쟁의에 들어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정공 등 현대그룹 노동조합총연맹(현총련)산하 노조도
19일께 일제히 쟁의발생 신고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완성차업체에 이어 부품업체들의 파업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기계는 이미 지난 13일 조합원
총회에서 파업을 결정한 뒤 17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등 만도기계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완성차업체들의 조업이 일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만도기계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업계 전체가
하루 1천5백40억원의 생산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사분규가 자동차업계 전 분야로 확산됨에 따라 업계는 올해
내수판매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당초 내수시장이 6~8%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파업 등으로 생산 차질이 지속될 경우 마이너스 1~2%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종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