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및 기업들의 격렬한 항의가 두렵다는 등의 이유로 증권사들이
최근 개별종목에 대해 "팔자" 추천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증권사 데일리 등 투자분석자료에 "매도"
추천종목이 자취를 감추고 "매수" 추천종목만 실리고 있다.

실적이 둔화되는 종목을 자신있게 팔자 추천해 소신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몇몇 증권사들도 최근들어서는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이달초 동서증권이 엔케이텔레콤과 유양정보통신을 매도
권유했다가 엔케이텔레콤 직원들이 동서증권 본사에 몰려와 항의농성을
벌이면서 공개사과를 하는등 봉변을 당한뒤부터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S증권의 조사부장은 "매도 권유의견을 내놓을 때마다 투자자들이 업무를
못할 정도로 항의전화를 해 최근에는 아예 팔자 추천 리포트를 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가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기업들의 수익성 둔화가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사자" 의견만 내놓으려니 작은 재료를 크게 부각시켜야하는 등
리포트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투자분석가들은 주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도
의견이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실적 등 내재가치가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의 하락을 "팔자" 리포트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한 투자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 김용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