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중형항공기 프로젝트가 무산됨에 따라 국내 항공산업의 성장전략엔
적지않은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국책사업으로 지난 2년여 동안 공을 들였던 중형기 개발계획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오게 돼 정부와 항공업체들은 앞으로 항공산업 육성전략과
사업계획등을 다시 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우선 1백인승 중형기 공동개발을 위한 한중간 협상 결렬은 국내 항공산업
발전전략의 일대 수정을 불가피하게 할 전망이다.

왜냐하면 정부의 기존 항공산업 전략이 한중 중형기 공동개발을 전제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중간 1백인승급 중형기 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오는 2005년
세계 10대 항공기 생산국으로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지난해 8월 마련했었다.

이때쯤엔 항공기 국내생산이 1백5억달러, 수출은 65억달러에 달할 것이란게
정부의 전망이었다.

그러나 한중 중형기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가 이같은 장미빛 비전도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들도 향후 사업계획등을 재정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동안 한중 중형기 사업엔 삼성항공을 주도업체로 대한항공 대우중공업등
국내 항공기 제작업체는 물론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해 왔다.

이들은 이 사업에 전력투구하며 다른 항공기 개발사업을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었다.

한중 중형기 프로젝트는 국내 항공기 업체들의 사업계획중 핵심중 핵심
이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도 항공기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앞으로 문제의 초점은 국내 항공기 개발 프로젝트 체계를 어떻게 재편
하느냐로 모아진다.

중국은 그동안 한중 중형기 협상을 진행하면도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아사
및 대만 싱가포르등 화교권 국가들과 새로운 개발체계를 짜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게다가 한중 프로젝트에서 배제된 일본은 캐나다및 미국 보잉사등과
1백인승급 중형기를 독자 개발한다는 계획을 가시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과의 협상에 매달려 다른 곳엔 "한 눈"을 팔지 못했다.

자칫하다가는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 항공기 제작사업을 양분해 독식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부가 너무 중국만 믿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카드를 준비하지 못한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 있다.

정부는 일단 한중 중형기 프로젝트가 원점으로 돌아왔더라도 제3의 개발
체계를 구성해 중형기 개발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비록 중국과의 공동개발은 무산됐지만 다른 외국
협력선과 제휴를 통해 1백인승급 중형기 개발 계획은 계속 밀고 나갈 예정"
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이 어떤 나라와 다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체계를 정비할지, 또
아시아 최대의 항공기 시장으로 매력을 지닌 중국을 빼고 얼마나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