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 5-3공구(충북 청원군 부용면
문공리부터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까지 7.6km구간)의 터널공사현장은 다른
터널공사현장에비해 산만함이 덜하다.

터널공사현장의 막장은 보통 발파면이 울퉁불퉁한데다 위태롭게 매달린
돌(부석)과 잘게 부숴진 잡석(버력)들이 도처에서 널려있지만 5-3공구터널
공사막장은 발파면이 비교적 매끈하고 부석도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발파할때도 버력의 흩어짐이 적어 터널공사현장으로는 안전한
편이다.

경부고속철도 5-3공구 터널공사현장이 일반 터널공사현장과 다른 이유는
이곳에 분착식다단발파공법(SUPEX-CUT)이라는 신공법이 적용되고있기 때문.

선경건설이 자체 개발한 이 공법은 최근 미국에서 특허를 획득했고 영국
독일 일본 스웨덴 등 12개국에 특허를 출원중이어서 세계 터널굴착업계로
부터 주목을 받고있다.

지금까지 국내는 물론이고 건설선진국의 경우에도 터널공사에는 유럽에서
개발된 각도공심빼기발파공법(V-CUT)과 수평공심빼기발파공법(BURN-CUT)이
"고전"처럼 쓰여왔다.

V-CUT공법은 천공이 쉽고 천공시간이 짧다는 점이, BURN-CUT공법은 한번
발파로 작업효율이 높은데다 터널단면크기에 제약을 받지않는다는 점이
각각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 공법은 파쇄암석이 크다는 점, 발파할때 막장면과 주변암반의
손상이 많다는 점, 특정암반에는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점등 나름대로
적지않는 약점을 갖고있다.

이에반해 분착식다단발파공법은 암반의 종류와 막장의 단면적에 관계없이
어떤 여건아래서도 작업을 할수있는게 특징.

게다가 막장면과 주변암반의 손상이 적어 터널공사의 위험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장점까지 갖고있다.

분착식다단발파공법의 핵심은 암반에 V자형과 수평으로 2단계로 천공,
화약을 넣은후 시차를 두고 다단계발파를 한다는 점.

특히 수평천공된 부분에는 맨 안쪽 일부에만 화약을 장전하고 나머지
부분은 비어있는 상태로 놓아둔채 발파, 깨진 돌들이 쉽게 빠져나올수있게
함으로써 발파효율을 크게 높였다.

이에따라 이 공법을 적용할 경우 V-CUT및 BURN-CUT공법을 쓸때보다 공기를
반이상 단축할수있고 공사비도 10-20%정도 절감할수있다.

실제로 경부고속철도 5-3공구현장가운데 터널구간 3,391m를 94년 10월부터
기존 공법으로 시공하면서 공기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95년 2월부터
분착식다단발파공법으로 변경시공함으로써 공기를 맞출수있게 됐다.

이 공법을 개발한 윤영재 선경건설 지하비축팀부장은 "경부고속철도의
37%이상이 터널로 이루어지고 올해 발주되는 고속로공사의 41%가 터널구간
으로 설계되는 등 터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있다"면서 이 공법을 활용,
국내는 물론 해외 터널굴착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