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46) 제10부 정염과 질투의 계절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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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봉은 형부인이 원앙의 마음을 떠보는 동안 다른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쉬고 있었다.
마침 곁에 평아밖에 없어 희봉이 원앙의 일을 평아에게 슬쩍 흘려보았다.
"시아버님이 원앙을 첩으로 삼기를 원하시는데 평아 너 생각은
어떻니?
원앙이 시아버님의 첩으로 들어오는 것을 원할 것 같니, 그렇지
않을 것 같니?"
평아가 놀란 듯 잠시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 두 눈에는 부러움 같은 것이 배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희봉은 문득, 평아 이년은 주인 어른인 가련이 첩으로 삼겠다고 하면
늘름 첩으로 들어앉을 년이야,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글쎄요, 다른 애들 같으면 횡재 만났다 하고 얼른 첩으로 들어가겠죠.
근데 원앙은 워낙 소박한 애라서 부귀영화같은 데 마음을 두고 있기보다
그저 작은 행복을 느끼며 착하게 살아가는 것이 제일 낫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평소에도 고대광실의 첩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평범한 남자의
본처로 사는 것이 좋다고 말을 했거든요.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고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였어요.
지체 높은 어떤 분이 억지로 자기를 첩으로 삼겠다고 하면 차라리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산속으로 들어가겠다고까지 하였어요"
말하자면 원앙의 마음을 돌리기는 무척 힘들 거라는 이야기였다.
희봉은 평아의 말을 들으며 시어머니가 원앙을 설득하느라 힘이
드시겠구나 생각했다.
"그럼 이제 곧 시어머님이 나한테로 와서 의논을 하실 게 틀림없어.
원앙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돌릴까 하고 말이야.
원앙을 데리고 있는 할머님도 원앙을 선뜻 내어주시려고 하지 않을 텐데
원앙까지 그러면 일이 점점 난감해지겠는데"
희봉은 골치 아픈 이 일에 말려들기 전에 빠져나갈 궁리를 이미 하고
있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희봉이 평아에게 말했다.
"평아 너는 시어머님이 나에게 오기 전에 대관원이나 다른 데로
놀러갔다가 오려무나.
네가 있으면 시어머님이 원앙의 일로 나랑 의논하기가 곤란하실
테니까.
시어머님이 나랑 아야기를 마치고 돌아가셨겠다고 생각되는 즈음에
여기로 돌아와서 함께 집으로 가자꾸나"
희봉이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사실은 평아가 옆에서 엿듣고 어떤
소문을 내고 돌아다닐지 그게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눈치 빠른 평아가 희봉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대관원으로 들어갔다.
평아로서는 모처럼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셈이었다.
가을빛에 젖어든 대관원의 수목들을 바라보며 평아는 심호흡을 해보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0일자).
옷을 갈아입고 쉬고 있었다.
마침 곁에 평아밖에 없어 희봉이 원앙의 일을 평아에게 슬쩍 흘려보았다.
"시아버님이 원앙을 첩으로 삼기를 원하시는데 평아 너 생각은
어떻니?
원앙이 시아버님의 첩으로 들어오는 것을 원할 것 같니, 그렇지
않을 것 같니?"
평아가 놀란 듯 잠시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 두 눈에는 부러움 같은 것이 배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희봉은 문득, 평아 이년은 주인 어른인 가련이 첩으로 삼겠다고 하면
늘름 첩으로 들어앉을 년이야,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글쎄요, 다른 애들 같으면 횡재 만났다 하고 얼른 첩으로 들어가겠죠.
근데 원앙은 워낙 소박한 애라서 부귀영화같은 데 마음을 두고 있기보다
그저 작은 행복을 느끼며 착하게 살아가는 것이 제일 낫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평소에도 고대광실의 첩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평범한 남자의
본처로 사는 것이 좋다고 말을 했거든요.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고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였어요.
지체 높은 어떤 분이 억지로 자기를 첩으로 삼겠다고 하면 차라리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산속으로 들어가겠다고까지 하였어요"
말하자면 원앙의 마음을 돌리기는 무척 힘들 거라는 이야기였다.
희봉은 평아의 말을 들으며 시어머니가 원앙을 설득하느라 힘이
드시겠구나 생각했다.
"그럼 이제 곧 시어머님이 나한테로 와서 의논을 하실 게 틀림없어.
원앙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돌릴까 하고 말이야.
원앙을 데리고 있는 할머님도 원앙을 선뜻 내어주시려고 하지 않을 텐데
원앙까지 그러면 일이 점점 난감해지겠는데"
희봉은 골치 아픈 이 일에 말려들기 전에 빠져나갈 궁리를 이미 하고
있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희봉이 평아에게 말했다.
"평아 너는 시어머님이 나에게 오기 전에 대관원이나 다른 데로
놀러갔다가 오려무나.
네가 있으면 시어머님이 원앙의 일로 나랑 의논하기가 곤란하실
테니까.
시어머님이 나랑 아야기를 마치고 돌아가셨겠다고 생각되는 즈음에
여기로 돌아와서 함께 집으로 가자꾸나"
희봉이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사실은 평아가 옆에서 엿듣고 어떤
소문을 내고 돌아다닐지 그게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눈치 빠른 평아가 희봉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대관원으로 들어갔다.
평아로서는 모처럼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셈이었다.
가을빛에 젖어든 대관원의 수목들을 바라보며 평아는 심호흡을 해보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