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수준에 걸맞는 대우를 해달라"

"클레이코트의 제왕" 토마스 무스터 (28.오스트리아)가 단단히 화가
났다.

테니스대회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윔블던대회 조직위가 시드배정을
하면서 자신이 현재 피트 샘프라스 (미국)에 이어 세계랭킹 2위임에도
불구하고 한참 아래 등급인 7번시드에 배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윔블던대회에 4차례 출전, 모두 1회전에 탈락한 무스터는
"윔블던에서의 승리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세계 2위를 7번시드에
배정하는 것은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라며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무스터는 이어 "적어도 4번 시드안에는 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번
결정은 아무래도 존중할 수가 없다"면서 "이런 상태라면 잔디나 클레이,
하드코트 등 코트 종류에 따라 세계랭킹을 따로 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클레이코트에서만 11회나 우승, 올초 세계 1위에 올랐을 때
샘프라스 등일부 스타선수들로부터 세계랭킹을 인정할 수 없다는 모욕적인
소리를 듣기도한 무스터는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처받고 있는데 참을 수
없다는 태도다.

특히 이번 시드배정에서는 올 프랑스오픈 (클레이코트) 우승자 예브게니
카펠니코프 (러시아)와 올해 부진한 마이클 창 (미국)조차도 자신보다
상위인 5번과 6번시드에 자리잡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분노마저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사정으로 무스터는 윔블던 대회 불참이라는 "초강수"마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스터의 코치인 로날드 라이트게브는 "윔블던 역사에서 세계 2위를
그렇게 낮은 시드에 배정한 것은 처음"이라며 "대회 관계자들은 다음주에
무스터가 경기장에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대회
불참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윔블던 조직위측은 무스터의 반발에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윔블던 대회는 그랜드슬램대회로는 유일하게 시드배정에 세계
랭킹을 별로 고려하지 않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무스터같은 경우도 있지만 윔블던 2회 우승자로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 예정인 스테판 에드베리 (스웨덴)는 세계랭킹이
20위임에도 12번시드에 배정되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