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인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서울지점(지점장 매튜웨이크)이 현행
노동법에선 인정되지 않는 정리해고를 할 방침이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매튜웨이크지점장은 지난11일 노조위원장앞으로 보낸 "직원 재편성 방침"을
통해 "자발적인 퇴직안(VRS)을 수용하지 않고 다른 부서에 재배치될 수 없는
직원들은 잉여규모를 정해 비자발적으로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웨이크지점장은 "수익성악화 또는 특정업무분야에 대한 은행그룹의 전략
변화등의 이유로 조직개편이 생길 수 있으며 기존직원들은 은행의 새로운
수요보다 과잉돼 직원재편성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측은 향후 한국 금융시장의 불확실한 영업환경과 기업금융관련부서의
95년 수익이 은행 당기순이익의 10%에도 못미치는 7억6천만원이라는 이유를
들어 기업금융관련 부서를 대폭 축소, 현재 14명인 해당부서원을 7월1일자로
5명줄이고 연말까지는 7명으로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 27조및 은행의 단체협약
24조 "해고의 제한"에 위배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조측은 특히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 등을
결여한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를 들어 정리해고 방침의
공식적인 철회를 요구하며 노동부에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그러나 웨이크지점장은 지난18일 노조질의서에 대한 회신에서 "기업금융
관련부서의 수익성악화가 정당한 이유(근로기준법상)이며 이에 따라 직원
재편성(정리해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이같이 악화되자 서울중부 지방노동사무소의 정태영 근로감독관은
18일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서울지점을 직접 방문하고 양측의 견해를 청취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

정감독관은 "웨이크지점장에게 은행측의 내부방침이 단체협약및 근로기준
법에 저촉될 소지가 높다는 점을 주지시켰다"고 밝혔다.

<이성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