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미 로버트 아이스너 <교수>-양봉진 <본사 국제부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재정적자는 무조건 나쁜 것인가.
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그렇다"는 쪽으로 경도되어 있다.
그러나 미 노스웨스턴대의 로버트 아이스너 경제학교수의 해석과 입장은
사뭇 다르다.
아이스너교수는 이같은 일반인의 단선적 결론이 경제현상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아이스너교수는 재정적자와 부채 무역수지 저축 투자 인플레 경제성장
복지등에 관해 일반인들이 흔히 갖고 있는 인식상의 오류를 나열하고 이를
제대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온 보기드문 경제학자이다.
아이스너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나 경제현상을 전체로서가 아니라,
부분적이고 개별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이런
부분적 접근방식이 불식되지 않는한 인식의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인식의 오류때문에 빚어지는 정책결정의 폐해등을 지적한 그의 저서
"경제현상의 그릇된 인식(Misunderstood Economy)"은 경제학의 고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경제현상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음.
최근 한미우호협회의 초청으로 내한한 아이스너교수를 양봉진 국제부장이
만나보았다.
=======================================================================
-귀하의 저서 "경제현상의 두얼굴"에서는 미국재정적자가 잘못 해석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귀하는 특히 정말 우려해야 할 것은 재정적자가 아니라 실업률이나 개인의
복지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각도에서 짚어볼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아이스너교수=지적한대로 재정적자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재정적자가 소화할수 있는 수준의 것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경제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총생산량입니다.
어느 국가나 국민이건 경제행위는 현재에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생산된 것 또한 중요합니다.
따라서 저축과 투자 또한 경제의 중요한 뿌리라고 볼수 있습니다.
생산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고용도 중요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돼야 합니다.
아울러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경제주체인 개인들의 복지와 직결
되는 것을 뜻합니다.
반면 재정적자및 인플레이션등은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대규모 재정적자나 높은 인플레율은 경제운용상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당한 경제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에선 적절한 수준의 재정
적자나 인플레율은 경제에 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경제규모나 능력에 비추어 미국의 재정적자나 인플레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아이스너교수=그렇습니다.
재정적자규모는 경우에 따라 너무 클 수도 있고 너무 작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규모를 규모를 어떻게 정확하게
측정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흔히들 미국의 재정적자가 93년말 현재 4조4천억달러에 달한다고들 하는데
이 수치에는 정부내 거래분즉 이중계산된 것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이중계산을 제하고 나면 3조달러가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국가의 국민생산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부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국민총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부채의 비중
입니다.
미정부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1천8백억달러였습니다.
올해는 1천4백억달러정도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총액기준으로 보면 1993년말 부채총액은 3조2천4백70억달러로 GDP대비
52%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비율은 뉴딜정책이 2차세계대전발발로 퇴색했던 1939년의 49.1배에
비해 약간 늘어난 정도에 불과합니다.
GDP대비 100%를 넘어선 2차대전종전이후의 몇해 상황과 비교하면 절반이
채 안되는 수준입니다.
-재정적자가 인플레를 유발하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아이스너교수=터무니없는 수준의 인플레는 경제를 왜곡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도 인식의 오류가 존재합니다.
우선 모든 사람이 "사는 쪽" 사람들이라면 인플레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사는 쪽"이 있으면 반드시 "파는 쪽"도 있습니다.
인플레로 사는 쪽은 비명을 지르지만 파는 쪽은 미소를 짓습니다.
따라서 인플레로 전체경제가 송두리째 침몰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미국의 인플레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인플레는 "무조건 나쁘다"는 사고는 단선적 사고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를 근거로 엉뚱한 정책을 펴다보면 경제자체를 왜곡시켜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은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를 일정수준이하
로 떨어뜨리는 것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같은 유럽의 전제조건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아이스너교수=분명히 잘못된 전제조건입니다.
논리적으로 결함이 있는 전제조건으로 말미암아 통합노력자체가 무위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은 GDP대비 연간재정적자비율을 3%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미국의 GDP대비 재정적자비율은 2%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낮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정부는 이 2%를 놓고 온갖 법석을 떨며 이를 줄이자고 야단
입니다.
유럽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재정적자를 줄이려들면 실업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유럽의 실업률은 미국보다 훨씬 높습니다.
높은 실업하에서 재정적자를 줄인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귀하는 고용문제를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정수준의 실업은 당연한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자연실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스너교수=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만 경제의 궁극적 목표는 모든
사람들의 복지입니다.
따라서 재정적자보다는 실업이 더 중요한 일이고 "모든"사람은 일을 가져야
합니다.
일자리를 잃게 되면 범죄도 늘어날 뿐 아니라 개인이 추구하는 행복의
근거가 없어지게 됩니다.
-교수님께서는 사회보장기금(Social security)에 대해서도 그릇된 인식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아이스너교수=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기금이 현재는 그런대로 굴러가고 있지만 2003년께 바닥을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나이 많은 퇴직자들의 수가 봉급생활자들의 수에 맞먹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할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미국일각에서는 사회보장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은퇴했거나 나이든 세대를 위해 젊은 세대들이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공평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고 또 이런 주장이 근거없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지는데.
<>아이스너교수=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을 과소평가하거나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젊은이들은 사회보장비의 축소보다는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미국경제는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젊은이들이 향후 향유하게 될 소득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나이든 부모세대를 위해 약간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제성장속도와 사회보장기금의 수입지출내역을 기초로 그 부담을
계량화해 보면 젊은이들이 누릴 소득의 증가분 4%만 희생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의 무시할만한 부담을 문제삼아 사회보장기금의 존폐를 거론할
미국의 젊은이는 없다고 봅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교수님께서는 상당히 청교도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희생은 당연하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아이스너교수=희생의 의미로 제 주장을 펴는 것은 아닙니다.
이기심을 버리자는 얘기입니다.
미국에선 희생이란 말이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희생이란 부자들을 위한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일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입니다.
-미국은 재정적자이외에 대외무역적자라는 쌍둥이적자로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귀하의 주장대로라면 무역적자에도 재정적자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가능할텐데.
<>아이스너교수=일부 사람들은 무역적자가 미국이 전세계에 빚진 부채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이는 부채가 아닙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갖고 있는 순자산입니다.
부채의 형태가 아니라 투자주식과 같은 것입니다.
1천5백억달러는 분명 엄청난 규모의 돈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보유한 총부(부)의 규모는 50조달러입니다.
이와 비교해 볼때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0.3%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무역적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환율등을 고려할때 그 규모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결국 무역적자는 쉽게 손쓸 수 있고 무시해도 좋을 규모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지적재산권보호문제등을 놓고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한국도 미국에 무역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미국은 통신시장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 미국이 지나치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시합니다.
물론 경제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선 경쟁을 부추기고개방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만.
<>아이스너교수=그렇습니다.
저도 자유무역옹호론자입니다.
시장개방으로 모두가 헤택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 시장개방정책을 펴면서 염두해야 할 것은 개방과 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들은 개방이나 변화자체를 반대할 것입니다.
-최근들어 미국에서는 AT&T등 대기업들의 대량 해고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반면 대량해고를 하면서 최고경영자(CEO)들은 막대한 보수를 챙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미국의 비판적 시각이 크게 일었던 것으로 아는데.
<>아이스너교수=CEO들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사람들로 보여집니다.
진정한 자유경제시장의 메커니즘이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일정수준이상의 과도한 임원보수에 대해서는 과표공제(Tax
deductible)를 제한하는 것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이제 공평한 분배문제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체들이 소득의 공평분배라는 사회경제적인 정의를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해고라는 수단을 통한 기업체들의 경영효율화노력에 대해 밤놓아라
대추놓아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대량해고가 끼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영국산 소의 광우병신드롬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광우병과 CJD와의 연관성도 확실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30~60만마리의 소를 도살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아프리카나 북한은 지금 기근으로 아사위기를 맞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이스너교수=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입니다.
이는 확률의 문제인데 일반인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행기사고나 자동차사고로 사망할 확률을 고려하면 비행기나 자동차를
탈 사람이 없습니다.
광우병은 이보다 더 낮은 확률문제인데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귀하의 경제적 이론과 사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자세에 문제를 푸는 열쇠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실제로 그것은 사실이고요.
<>아이스너교수=솔직히 말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또 모든 결정이 제대로 실행되기도 어렵습니다.
소수의 전문가나 과학자가 내린 결정을 쉽게 신뢰하기도 어렵고 또 이들은
일반인들의 반대에 부닥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한가지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영국의 과학자들이 광우병
관련 소를 도살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정리=김홍열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0일자).
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그렇다"는 쪽으로 경도되어 있다.
그러나 미 노스웨스턴대의 로버트 아이스너 경제학교수의 해석과 입장은
사뭇 다르다.
아이스너교수는 이같은 일반인의 단선적 결론이 경제현상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아이스너교수는 재정적자와 부채 무역수지 저축 투자 인플레 경제성장
복지등에 관해 일반인들이 흔히 갖고 있는 인식상의 오류를 나열하고 이를
제대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온 보기드문 경제학자이다.
아이스너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나 경제현상을 전체로서가 아니라,
부분적이고 개별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이런
부분적 접근방식이 불식되지 않는한 인식의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인식의 오류때문에 빚어지는 정책결정의 폐해등을 지적한 그의 저서
"경제현상의 그릇된 인식(Misunderstood Economy)"은 경제학의 고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경제현상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음.
최근 한미우호협회의 초청으로 내한한 아이스너교수를 양봉진 국제부장이
만나보았다.
=======================================================================
-귀하의 저서 "경제현상의 두얼굴"에서는 미국재정적자가 잘못 해석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귀하는 특히 정말 우려해야 할 것은 재정적자가 아니라 실업률이나 개인의
복지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각도에서 짚어볼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아이스너교수=지적한대로 재정적자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재정적자가 소화할수 있는 수준의 것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경제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총생산량입니다.
어느 국가나 국민이건 경제행위는 현재에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생산된 것 또한 중요합니다.
따라서 저축과 투자 또한 경제의 중요한 뿌리라고 볼수 있습니다.
생산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고용도 중요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돼야 합니다.
아울러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경제주체인 개인들의 복지와 직결
되는 것을 뜻합니다.
반면 재정적자및 인플레이션등은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대규모 재정적자나 높은 인플레율은 경제운용상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당한 경제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에선 적절한 수준의 재정
적자나 인플레율은 경제에 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경제규모나 능력에 비추어 미국의 재정적자나 인플레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아이스너교수=그렇습니다.
재정적자규모는 경우에 따라 너무 클 수도 있고 너무 작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규모를 규모를 어떻게 정확하게
측정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흔히들 미국의 재정적자가 93년말 현재 4조4천억달러에 달한다고들 하는데
이 수치에는 정부내 거래분즉 이중계산된 것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이중계산을 제하고 나면 3조달러가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국가의 국민생산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부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국민총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부채의 비중
입니다.
미정부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1천8백억달러였습니다.
올해는 1천4백억달러정도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총액기준으로 보면 1993년말 부채총액은 3조2천4백70억달러로 GDP대비
52%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비율은 뉴딜정책이 2차세계대전발발로 퇴색했던 1939년의 49.1배에
비해 약간 늘어난 정도에 불과합니다.
GDP대비 100%를 넘어선 2차대전종전이후의 몇해 상황과 비교하면 절반이
채 안되는 수준입니다.
-재정적자가 인플레를 유발하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아이스너교수=터무니없는 수준의 인플레는 경제를 왜곡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도 인식의 오류가 존재합니다.
우선 모든 사람이 "사는 쪽" 사람들이라면 인플레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사는 쪽"이 있으면 반드시 "파는 쪽"도 있습니다.
인플레로 사는 쪽은 비명을 지르지만 파는 쪽은 미소를 짓습니다.
따라서 인플레로 전체경제가 송두리째 침몰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미국의 인플레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인플레는 "무조건 나쁘다"는 사고는 단선적 사고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를 근거로 엉뚱한 정책을 펴다보면 경제자체를 왜곡시켜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은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를 일정수준이하
로 떨어뜨리는 것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같은 유럽의 전제조건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아이스너교수=분명히 잘못된 전제조건입니다.
논리적으로 결함이 있는 전제조건으로 말미암아 통합노력자체가 무위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은 GDP대비 연간재정적자비율을 3%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미국의 GDP대비 재정적자비율은 2%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낮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정부는 이 2%를 놓고 온갖 법석을 떨며 이를 줄이자고 야단
입니다.
유럽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재정적자를 줄이려들면 실업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유럽의 실업률은 미국보다 훨씬 높습니다.
높은 실업하에서 재정적자를 줄인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귀하는 고용문제를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정수준의 실업은 당연한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자연실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스너교수=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만 경제의 궁극적 목표는 모든
사람들의 복지입니다.
따라서 재정적자보다는 실업이 더 중요한 일이고 "모든"사람은 일을 가져야
합니다.
일자리를 잃게 되면 범죄도 늘어날 뿐 아니라 개인이 추구하는 행복의
근거가 없어지게 됩니다.
-교수님께서는 사회보장기금(Social security)에 대해서도 그릇된 인식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아이스너교수=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기금이 현재는 그런대로 굴러가고 있지만 2003년께 바닥을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나이 많은 퇴직자들의 수가 봉급생활자들의 수에 맞먹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할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미국일각에서는 사회보장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은퇴했거나 나이든 세대를 위해 젊은 세대들이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공평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고 또 이런 주장이 근거없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지는데.
<>아이스너교수=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을 과소평가하거나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젊은이들은 사회보장비의 축소보다는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미국경제는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젊은이들이 향후 향유하게 될 소득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나이든 부모세대를 위해 약간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제성장속도와 사회보장기금의 수입지출내역을 기초로 그 부담을
계량화해 보면 젊은이들이 누릴 소득의 증가분 4%만 희생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의 무시할만한 부담을 문제삼아 사회보장기금의 존폐를 거론할
미국의 젊은이는 없다고 봅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교수님께서는 상당히 청교도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희생은 당연하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아이스너교수=희생의 의미로 제 주장을 펴는 것은 아닙니다.
이기심을 버리자는 얘기입니다.
미국에선 희생이란 말이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희생이란 부자들을 위한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일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입니다.
-미국은 재정적자이외에 대외무역적자라는 쌍둥이적자로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귀하의 주장대로라면 무역적자에도 재정적자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가능할텐데.
<>아이스너교수=일부 사람들은 무역적자가 미국이 전세계에 빚진 부채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이는 부채가 아닙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갖고 있는 순자산입니다.
부채의 형태가 아니라 투자주식과 같은 것입니다.
1천5백억달러는 분명 엄청난 규모의 돈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보유한 총부(부)의 규모는 50조달러입니다.
이와 비교해 볼때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0.3%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무역적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환율등을 고려할때 그 규모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결국 무역적자는 쉽게 손쓸 수 있고 무시해도 좋을 규모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지적재산권보호문제등을 놓고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한국도 미국에 무역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미국은 통신시장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 미국이 지나치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시합니다.
물론 경제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선 경쟁을 부추기고개방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만.
<>아이스너교수=그렇습니다.
저도 자유무역옹호론자입니다.
시장개방으로 모두가 헤택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 시장개방정책을 펴면서 염두해야 할 것은 개방과 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들은 개방이나 변화자체를 반대할 것입니다.
-최근들어 미국에서는 AT&T등 대기업들의 대량 해고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반면 대량해고를 하면서 최고경영자(CEO)들은 막대한 보수를 챙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미국의 비판적 시각이 크게 일었던 것으로 아는데.
<>아이스너교수=CEO들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사람들로 보여집니다.
진정한 자유경제시장의 메커니즘이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일정수준이상의 과도한 임원보수에 대해서는 과표공제(Tax
deductible)를 제한하는 것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이제 공평한 분배문제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체들이 소득의 공평분배라는 사회경제적인 정의를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해고라는 수단을 통한 기업체들의 경영효율화노력에 대해 밤놓아라
대추놓아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대량해고가 끼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영국산 소의 광우병신드롬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광우병과 CJD와의 연관성도 확실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30~60만마리의 소를 도살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아프리카나 북한은 지금 기근으로 아사위기를 맞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이스너교수=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입니다.
이는 확률의 문제인데 일반인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행기사고나 자동차사고로 사망할 확률을 고려하면 비행기나 자동차를
탈 사람이 없습니다.
광우병은 이보다 더 낮은 확률문제인데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귀하의 경제적 이론과 사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자세에 문제를 푸는 열쇠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실제로 그것은 사실이고요.
<>아이스너교수=솔직히 말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또 모든 결정이 제대로 실행되기도 어렵습니다.
소수의 전문가나 과학자가 내린 결정을 쉽게 신뢰하기도 어렵고 또 이들은
일반인들의 반대에 부닥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한가지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영국의 과학자들이 광우병
관련 소를 도살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정리=김홍열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