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건설용사''

전문건설업체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는 건설공사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건설현장 곳곳을 자신들의
땀방울로 적시면서도 하도급업체라는 이름으로 대형 건설업체에 가려 있던
이들 중소전문업체들이 홀로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홀로서기는 기술중심의 경쟁력확보를 바탕으로 실현되고 있다.

실력만큼 인정을 받자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대신 고품질건설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과거 연줄을 통해 하도급공사를 따내는 시대는 지났고 이에따른 부실을
이제는 온정주의로 덮을 수 없다는 인식확산이 그 출발점이다.

중소전문업체는 이제 어느 공사현장에서건 최상의 기술로 고품질시공을
할수 있으면 두려울게 없다는 생각이다.

이에따라 기술경쟁력 강화는 전문업체들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면서
신기술개발에 잇따라 뛰어들고있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90년부터 지정해온 신기술획득현황을 보면 33개
신기술중 10건을 삼서건설 한미기연 금탑조경등 전문건설업체가 따냈다.

대형업체들에 조금도 뒤질것 없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증거들이다.

특허를 따낸 중소업체도 많다.

중견 전문건설업체라면 대개 1~2개정도의 관련분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대교산업의 이동식교량가설공법은 90년대초 국내특허를 받아 시험시공을
거친뒤 최근 경부고속철도등의 공사에서 적용되고 있다.

또 용해건설은 물을 차단하는 지하차수벽공법인 PDW공법을 개발, 이미
쓰레기매립장 차수벽공사를 성공리에 마쳤다.

앞으로 난지도등 각종 지하쓰레기매립지 공사에 크게 활용될 전망이어서
환경관련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업체들 가운데 벌써 자체연구소를 운영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미장방수전문인 삼호특수는 기술연구소를 지난해 6월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이미 경량무기질단열재등을 개발했다.

이회사는 기술특화의 목표아래 연간 매출액(약50억)의 7%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토공업체인 동아지질은 지난 91년 연구소를 설립, 플랜트 지반공학등
분야별로 연구팀을 두고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구조물설치업체인 한맥산업도 지난 90년부터 연구소를 운영하며 무주
(기둥없는)공간 구조설계등을 개발해 오고 있다.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한 홀로서기는 수익성위주의 수주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지하철 도로등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시공여건이 나쁜 공사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또 일부 전문업체는 신뢰관계가 구축된 일반건설업체의 공사만을 하도급
받고 자금사정이 어렵거나 재무구조등 내부사정을 모르는 일반업체의 공사는
수주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이제 부실시공업체로 한번 낙인찍히면 회생이 불가능할 뿐만아니라
하자보수기간이 크게 늘어 추가비용이 경영악화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지방진출도 전문업계의 적극적인 대응
자세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일부 업체들은 공사물량이 많은 지역에 별도법인을 설립, 지방공사 수주
채비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항온항습기 제습기등을 생산 시공하는 신성엔지니어링은 부산과 대전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플랜트설비및 철물공사등을 하는 대아공무도 울산과
여수에 지사를 두고 있다.

또 배영설비기공 한일기계등도 지방조직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뢰관계가 구축된 일반업체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동안 일정
지역에서 연줄이 있는 일반건설업체의 공사만을 하도급받아 시공하던 방식
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이같은 전문건설업체의 변신움직임도 공존상대인 일반건설업체의
적정공사비지급및 지급조건개선, 공정한 공사계약등의 노력이 병행될때
결실을 맺을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