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지하철공사 한국통신등 공공부문사업장이 협상을 타결한데 이어
파업중인 만도기계 기아자동차등도 잇따라 잠정합의됨으로써 올해 산업현장
의 노사관계는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공공부문노사분규가 파국없이 해결될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해고자복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변화이다.

그동안 완강하게 거부해 왔던 해고자복직을 정부가 일부 허용했기 때문
이다.

이에따라 노조별로 복직을 약속받은 해고자는 서울지하철 15명, 한국통신
6명, 부산교통공단 4명등 주로 벌금형을 받은 25명이며 의보노조도 향후
실무위협의에 따라 적어도 10명가량 복직할 전망이다.

정부의 입장변화로 노조는 수년간의 숙원사업을 해결했지만 민간사업장의
사용자측은 매우 당황해하고 있다.

또 서울대병원이 한달이상을 끌어온 교섭을 19일 매듭지은데 이어 파업중인
기아자동차와 만도기계가 20일 잠정합의에 성공, 민간부문의 연대투쟁
분위기도 다소 진정될 조짐이다.

이에따라 공공부문 사업장의 조기정상화는 올해 노사관계의 안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공공사업장이 당초 예상을 뒤엎고 극적 타결에 성공한 원인은 해고자
복직문제를 포함해 노사쟁점에 대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를 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전면파업에 대한 부담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기 때문.

특히 한국통신노조와 지하철노조의 경우 최근 몇년사이에 국가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막상 파업을 강행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안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임금가이드라인 철폐" "교사.공무원의 단결권 확보" "해고자 복직"등
사용자측과의 갈등현안이 개별사업장의 쟁의대상이 아니라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기 힘들었던 탓도 있다.

이에따라 공노대의 연대파업선언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결과적으로
"제로섬" 게임의 악순환을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해고자복직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향후 노사화합의 발판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개별 당사자들 모두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노조는 이번 "투쟁"을 계기로 자신들의 단결된 힘을 과시하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노동계내부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는 자평도 나오고 있다.

이번 쟁점 가운데 "공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지폐지" 문제를 여론화시킬수
있었던 점도 "투쟁"의 성과물로 여겨지고 있다.

정부측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지난 5월말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출범이후 "가시적인" 개혁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극심한 노사분규에 따른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또 향후 노개위의 개혁활동에 강한 추진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당초 예상됐던 공공부문의 연대투쟁이 무산된데다 민노총의 핵심
사업장인 만도기계와 기아자동차노사가 합의를 함에 따라 이달말부터
대대적인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노총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노총측은 현재 "해고자복직, 노조탄압중지, 직권중재회부반대와 노사
자율교섭등을 실현하기 위해 20일부터 파업등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을
다짐하고 있지만 일단 한풀 꺾인 자세에서 "샅바"를 잡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따라 현재 파업중인 아시아자동차 태광산업과 파업을 결의한
대림자동차등 강성사업장 노조들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