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대미달러환률이 20개월만에 800원선을 넘어섰다.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무역수지적자가 통관기준 8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원화가치가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수출부진으로 시달려온 업계에서는 가격경쟁력이 다소나마 회복될 것으로
봐 원화 절하를 반기는 분위기다.

우리는 현시점에서 중앙은행이 원화를 떠받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일부 민간연구소들은 하반기 성장율이 6%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업계관계자들중에는 그 보다도 훨씬 못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기의 급격한 내림세를 무엇보다도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인식이다.

경제정책의 초점이 우선 경기, 곧 고용유지에 맞춰져야한다고 본다면
원화의 과대평가는 시정해야 할 제1차적 과제다.

올들어 환율정책은 도무지 방향감각이 없었다.

국제수지 적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 4월말로 이미 연말억제선을 넘어서는
상황이었는데도 원화는 한동안 오히려 강세를 유지하는 난조를 보였었다.

기준싯점에 따라 숫자는 다르게 나오겠지만 엔화에 비하면 아직도 원화가
과대평가돼 있는 것이 명확하다.

올들어 조선 철강 전자등 주력 수출상품들이 일본제품에 밀린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현재 국내외환시장의 가격변동폭은 매매기준율의 상하 2.25%다.

하루 18원정도 달러값이 오르 내릴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투기적인 거래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렇다고해서 오름폭을 줄이기위한 중앙은행의 부분적인 개입등은 문제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뿐 득될게 없다.

환율의 조정은 시장기능에 따라 단시간내에 완료되는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앞으로도 계속 원화가 절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 수출은 늦추고
수입은 앞당기는 등으로 환투기가 더욱 일반화되게 마련이다.

엔화수요와 공급에 따라 원화환율이 빠른 시일내에 제 위치를 찾아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원절하로 국민경제가 치러야할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은 새감 강조할
필요가 없다.

우선 물가가 걱정이고 외국빚을 쓰고 있는 업체의 원리금 상환부담도
늘게 마련이다.

엔절하폭을 감안할때 원화가 앞으로도 상당폭 더 멀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물가등을 감안할때 추가적인 원의 대폭절하는 무리라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원화절하는 본질적으로 고육지책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수 없다.

수출증대등 그로인한 효과도 일시적이게 마련이다.

원자재 해외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더욱 그렇다.

강한 경제는 강한 통화를 결과하게 마련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원화가 절하될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그동안
경제운용을 잘못했다는 뜻이 된다.

그것은 정부에만 책임이 있는것은 결코 아니다.

"고비용 저효율"의 산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기업.근로자가 힘을
모아야 한다"

"1달러=800원대"의 환율은 국가경쟁력 강화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