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각 사업장 단체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당 근로시간"은 해당
기업의 노사가 주당 최고 근무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은 "주당 소정 근로
시간"을 뜻한다.

이 소정 근로시간은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노사가 합의해 정할 수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은 주 44시간.

사용주는 이 시간을 넘어서는 근로(시간외 근무)에 대해선 시급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국내 사업장들은 현재 대부분 주 44시간 근무제를 택하고 있으나 기아등
일부 자동차 업체가 지난 94년부터 주 42시간을 도입하면서 근로시간단축
논쟁에 불을 당겼다.

주 42시간제는 토요 격주휴무제와 병행돼 실시되고 있다.

한달에 두 번 토요일 근무를 없앰으로써 2주는 44시간, 또 다른 2주는
40시간 근무가 돼 월 평균으로 하면 주당 42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실제로 1주일에 이 만큼만 일한다는 건 아니다.

전체적인 실제 근로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다만 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소정시간이 2시간 준만큼 실제 임금이
자연 상승하게 된다.

기아자동차 노조가 합의한 것도 표면상으로는 42시간이다.

제1,2주 토요일은 4시간씩 근무하고 제3,4주 토요일은 휴무키로 했기 때문
이다.

문제는 단서 조항.

노사는 둘째주 토요일의 4시간에 대해선 1.5배의 특근수당을 지급키로
했다.

즉 일은 하되 사실상은 휴일에 일하는 대우를 받는 시간이 한달에 4시간
이란 얘기다.

한달 평균으로 하면 주당 소정근로시간이 1시간 줄어 사실상 주 41시간이
되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논리는 "삶의 질 향상"이다.

그러나 실제 근로시간은 줄이지 않으면서 소정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결국 "편법적인 임금 인상수단"이란게 경영계가 반대하는 이유다.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실제 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