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스포츠카 "엘란2" 명칭을 놓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간
상표권 분쟁이 일어날 조짐이다.

기아자동차가 다음달부터 판매에 들어갈 스포츠카 이름을 최근 "엘란2"로
정하자 현대자동차가 이는 "엘란트라"와 영어식 발음이 비슷한 유사상표로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대는 이미 지난 5월 "엘란"의 제조사인 영국 로터스사를 상대로 특허청에
"엘란은 엘란트라와 혼동을 일으키는 유사상표이므로 사용할 수 없다"며
제소한데 이어 기아측에도 "엘란의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는 로터스사가 지난해 12월 국내 특허청에 "엘란"을 상표로 등록한데
대해 현대가 등록무효소송을 제기한 것.

그러나 내면에는 5년전 서유럽에 엘란트라를 수출하면서 로터스사의 유사
상표 시비로 결국 "란트라"로 차명을 바꿔 판매한 것에 대해 현대가 설욕전
을 벌이고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

게다가 기아가 스포츠카의 이름을 엘란트라와 영어발음이 비슷한 엘란2로
정하자 현대는 더욱 자극을 받은 것. 현대 관계자는 "아직 기아를 상대로
제소하진 않았으나 기아측의 행동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아는 법정까지 갈 경우 패소할 가능성이 짙다고 판단, 스포츠카의
이름을 "엘란2"에서 "엘란"으로 바꾸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아 관계자는 "로터스사가 특허청에 등록한 엘란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상표권 문제는 현대와 로터스간의 문제지 기아하고는 무관
하다"고 밝혔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