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프로듀서 윤흥식 연출 윤석호)는 TV드라마에선 보기 드물게 색깔을
주제로 한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화이트 레드 블루등 8가지 색상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8개의 사랑이야기를
16부작으로 꾸민 이 드라마는 본격적인 "아트드라마"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방영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폴란드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감독의 삼색시리즈 "블루" "화이트"
"레드"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는 했지만 자유 평등 박애가 아닌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화이트(슬픔) 레드(집착) 블루(허무)등에 담아내
보인 건 분명 새로운 시도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이색시도"는 아직까지 시기상조일까.
8가지 색상중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잡아 둔 색은 많지 않았다.
약혼식날 사랑하는 여인을 교통사고로 잃은 남자(이창훈분)가 어느날
그녀와 매우 흡사한 여대생(김희선분)을 우연히 만나면서 겪게 되는
순애보적 사랑이야기를 그린 첫편 "화이트"와 같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미혼남녀 4명의 우디앨런식 코믹멜로물 "옐로"등이 그나마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을 뿐이다.
이는 8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120분짜리 TV영화 8편을 제작하기가
쉽지 않았던 때문으로 보인다.
또 짧은 시간에 8편의 각기 다른 남녀주인공 16명을 캐스팅하는 작업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데 한몫 한듯하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예쁜 사랑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집착했던 연출자의
과욕도 작품 곳곳에서 눈에 거슬리게 드러났다.
피아노선율과 샹송등 배경으로 사용된 음악이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너무 자주 반복되기만 한다는 인상을 준 것도 이 때문
이었다.
이 드라마는 결국 파격과 실험성보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사랑
이야기가 더 큰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데 그쳤다.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