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 중앙대학교 부총장 >

최근 유럽연합(EU)의 확대 조짐과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강화 등은
세계 경제구조의 블록화를 촉진시키면서 종래의 미-소 대립이라는 냉전체제
와는 다른 복합국가에 의한 통합 경제체제의 신질서를 형성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에서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와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등 복합국가에 의한 지역경제 협력의 기운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과거 수십년간 미국(선진국) 일본(중진국) 한국(후진국)이라고
하는 국별 3각 경제협력체제 속에서 의존적인 경제개발과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따라서 경제개발과 경제성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원자재 자본 기술 등의
순환이 한-미-일의 3각 무역협력체제 속에서 반복되어 산업구조와 무역구조
가 미국과 일본에 경사되는 국별 의존 체제로 굳어져 왔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중국 러시아와의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지면서부터
종래의 국별 3각 경제협력 체제가 근본적으로 탈바꿈하는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즉 종래의 국별 경제협력체제가 이제는 동북아에서도 새로운 지역별 경제
협력체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선진 지역과 한국 대만 홍콩이라는 개발지역, 그리고
중국 러시아의 개발도 상지역이라고 하는 지역별 3각 경제협력체제로 변하고
있다.

이같은 지역별 3각 경제협력체제 속에서도 세계적인 고도성장을 달성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은 경제발전 단계에 있어서나 산업구조와 무역구조면에서
대립 관계라기보다는 보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황해권에서 국별
경제협력과 지역별 경제협력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게 된 것이다.

작년의 한-중 무역규모가 1백70억 달러에 달했으며 대중국 투자규모가
2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중간의 국제 경제협력은 국제 분업에서 나타나는 비교생산비 이론에
의한 비교우위론과 비교기술력에 의한 국가간의 산업구조상에서 찾는 것이
종래의 경제논리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종래와는 달리 국제분업이 국가간에 형성되기보다는
기업간의 공정별 분업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종래의 국가간
완제품 무역에서 점차 기업간 부품무역으로 이루어지는 등 산업구조와
무역구조가 동시에 변하고 있다.

따라서 한-중간의 황해 경제권에서는 체제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인 여건으로 말미암아 국제분업과 공정간 분업의 양측면에서
모두 그 협력의 새로운 논리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중간의 황해권 경제협력은 무역협력과 자본협력, 그리고
기술협력의 세가지 차원에서 산업간 수직적 분업과 산업내 수평적 분업의
두가지 형태로 구체화시킬수 있다.

첫째 산업간 수직적 분업의 경우에는 방대한 지하자원과 농업자원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1차산업과 고도화된 한국의 2차 산업간 산업협력과 이에 따른
무역 및 기술협력을 제시할 수 있다.

둘째 산업내 수평적 분업의 경우에는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의
경공업과 자본집약적인 한국의 중화학공업간의 산업내 협력과 이에 따른
무역및 기술협력을 예로 제시할 수 있다.

한편 산업내 수평적 분업의 경우는 이를 다시 다음과 같이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구체화시킬 수 있다.

첫째 유형은 기업간 공정별 분업의 유형으로서 노동집약적인 공정은 저렴
하고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에서 특화하고 반면에 자본집약적인 공정
은 한국에서 특화시키는 수평적 분업과 이에 따른 무역과 기술의 협력이
있다.

둘째 유형은 제품차별화 분업의 유형으로서 표준적 기술에 의한 양산체제는
중국에서 특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소량의 기술제품은 한국에서 특화
시키는 수평적 분업과 이에 따른 무역및 기술의 협력을 전개할 수 있다.

셋째의 유형은 자본합의형 분업으로서 경영 및 기술 시스템의 공여를 통한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의 공급이나 공동생산, 그리고 해외 공동
진출의 수평적 분업과 이에 따른 무역및 기술의 협력을 의미한다.

이같은 산업간 수직적 분업과 산업내 수평적 분업 등이 한-중간에 가능한
것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요인이 충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업구조에 있어서 중화학공업화가 60% 수준을 넘어 세계적인 수준
에 도달하였다는 사실과 이에 따라 산업기술이 쇠퇴하고 한편에서는 산업
구조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경제의 경우에 있어서는 시장개방과 경제개혁에 따라 급속도로 산업
구조가 변하고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산업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특히 과거 수십년간 경제적으로는 우호관계를 유지하여 왔던 한-미-일
관계가 최근 심각한 무역적자 관계를 계속 나타내는 등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이를 한-중 협력증진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종합적인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여 대외 균형을 유지해야 할 단계에 와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