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화 100년 (1896년 갑오개혁 기준)을 맞아 근대화과정에서
나타난 한국의 사회구조와 가치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학술회의가 개최된다.

"한국 근대화 100년-21세기를 지향하며"란 대주제로 26~2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리는 "제9회 한국학 국제학술회의"가 그것.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 이영덕)이 2년마다 개최하는 "한국학
국제학술회의"는 국내외 한국학 분야의 저명학자들을 초청, 상호간의
학문적 이해 및 정보의 교환을 통해 한국학의 세계화에 기여하기 위한
행사.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한국의 근대화과정에서 나타난 사상적.제도적.
문화적 변화를 돌아보고 21세기 한국의 바람직한 미래상과 이와 관련된
제반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제임스 그레이슨 (영국 셰필드대교수), 귄터 볼파르트 (독일 부퍼탈대
교수), 윌리엄 손튼 (대만 국립성공대교수), 로스 킹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대교수), 이존산 (중국 사회과학원편집장), 샹카 타파
(네팔 트리부반대교수) 등 12개국 23명의 외국학자와 박이문 (포항공대
교수), 김영식 (서울대교수), 최정호 (연세대교수) 등 10명의 국내학자 등
총 33명이 한국의 정치 경제 사상 종교 예술 등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60명의 국내학자가 토론에 참가한다.

이틀에 걸쳐 열리는 이번 학술회의는 "한국근대화 100년-21세기를
지향하며"란 대주제 아래 "가치와 사상" "제도와 문화" "한국의 미래와
선택" 등 3개 분과로 나눠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첫날에는 월터 화인버그 (미국 일리노이대)교수가 "근대화와 전통문화
존중", 구범모 (정신문화연구원)교수가 "한국의 근대화에 대한 성찰 :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동학을 중심으로", 디터 아이케마이어 (독일
튜빙겐대) 교수가 "지난 100년간의 백과사전에 기록된 한국"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화인버그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주류경제학과 공동체윤리학의
기본가정들을 재검토, 주류경제학의 이기심에 대한 강조는 세대간의
결속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구 근대화 경험을 예로 들면서 가족과 같은 근본적인 사회제도의
약화는 무수한 사회.경제.교육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고 본다.

따라서 공동체적 윤리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는 한국같은 나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이케마이어교수는 서양백과사전에 실린 한국관계 내용을 검토한
결과 기존백과사전에는 한국문화형성에 미친 중국의 영향이 일방적으로
서술돼 있는 등 서구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18~19세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지식습득에 큰 역할을 하는 백과사전이 현재의
한국상황과 한국문화를 왜곡하고 있는 문제를 제기,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