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뜻하는 한자인 인은 천 (고을 읍)변에 (도깨비불 린)자를
덧붙인 것이고 은 미 (쌀 미)자 아래에 천 (발어기어질 천)자를 받친
것이다.

그것을 풀어 본다면 마을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쌀을 주고 받는
것이 이웃이라는 뜻이 된다.

이웃은 이처럼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예부터 어느 나라에나 이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속담들이
많다.

한국의 "이웃 사촌", 영국의 "좋은 이웃 사람은 멀리 있는 형제보다
낫다", 스페인의 "좋은 저택을 사기 보다 좋은 이웃을 얻어라",
스코틀랜드의 "친구 없이는 살수 있어도 이웃 없이는 살수 없다"는
따위의 속담이다.

중국 당대의 시인이었던 가도도 이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연강음"이라는 시로 읊어냈다.

"연수리로 이사 하여/연강리와 이웃이 되었다/연강리를 사랑해서가
아니라/연강리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그 사람들이 친한 친구도
아니고 친척도 아닌데/그 사람들 인정 있고 활기 있어/봄 동산의 따스한
볕과 같네"

옛날 농경시대에는 가도가 느꼈던 이웃의 따스한 정이 살아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웃이 적다 보니 외롭고 슬프거나 어렵고 괴로울
때 이웃에 의지하고 이웃의 도움을 받았는가 하면 기쁠 때도 그 기쁨을
이웃과 함께 누리면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생활공동체속의 이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화 개방화 대중화가 특징으로 부상되어온 현대사회에
들어 와서는 생활공동체 속의 이웃은 그 존재 의미를 점차 상실해
가기 시작했다.

지역적인 이웃은 물론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일터의 이웃이
귀찮을 정도로 많아지다 보니 정답기 보다는 기피하고 싶은 이웃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괄목할 통신혁명을 수반한 정보화시대에 들어와 가속화
되었다.

대우경제연구소가 근년(1993~95)에 실시한 한국가구경제활동조사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한국에서도 해마다 이웃간의 단절현상이 심화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그것은 도시지역에서 두드러져 하루에 한번도 이웃과 접촉하지
않은 사람이 93년의 40%에서 95년엔 47%로 늘어 났다는 것이다.

이웃과 만나도 얘기는 커녕 외면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는
사회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건강함이 찾아질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이웃의 정을 회복해 가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