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물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흐름및 세기를 컬러영상으로
시각화해 추적할 수 있는 "소음가시화시스템"을 최근 개발한 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소음진동연구센터의 김량한교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5년전 이 시스템의 제작실패가 보다 나은 결실을 얻은 동기가 됐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당시 2백56개의 마이크로폰으로 구성된 소음가시화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다른 과제의 연구비를 아껴 쏟아부은 8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리는 것으로 되돌아왔다.

마이크로폰에서 채취된 소음을 디지털신호로 바꿔주는(아날로그 디지털
변환장치(AD)컨버터)개발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마이크로폰마다 부착되는 AD컨버터는 소음흡수와 동시에 일제히
작동해야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국내기술수준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실패를 각오한 투자였지만 타격은 의외로 컸다.

김교수는 그래서 마이크로폰의 숫자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했고 지난
5월 세로 한줄로 배열된 16개의 마이크로폰만으로도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시스템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만약 5년전의 시도가 성공했다면 오늘의 더 나은 결과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 실패했던게 나에게는 오히려 행운이었지요"

김교수가 누렸던 더 큰 행운은 그러나 따로있다.

"좋은 연구결과는 기본개념에 충실할 때 나온다"는 가르침을 군말없이
따른 석.박사과정 대학원생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점을 꼽기에 김교수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동안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했던 이들 대학원생의 지혜가 없었다면
이 시스템개발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능동소음제어기술, 음의 주파수및 시간의 동시해석기술과 함께 꼽았던
3가지 평생연구과제중 하나를 매듭지은 김교수는 이제 이 시스템이
국내기업에 의해 곧 상품화될 것이란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해태그룹이 해외시장을 겨냥해 이 시스템의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김교수는 "감성소비시대를 맞아 자기제품의 소음을
줄이려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적잖은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