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우주항공이 항공업계의 "다크 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맥도널 더글라스사와 1백인승급 MD-95기의 주날개
공급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이달 19일엔 미 얼라이드 시그널사의
항공기엔진 개조사업을 4억달러에 수주하는 개가를 올렸다.

특히 19일은 한.중 중형기 협상이 결렬 소식이 전해진 날이어서 현대의
"약진"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현대우주항공은 현대기술개발에서 상호 변경해 올해초 출범한 신생회사.

불과 4개월여만에 몇년분의 일감을 마련하는 저력을 보인 것이다.

게다가 현대그룹은 정몽구회장의 지시에 따라 항공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항공업계가 현대우주항공의 질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현대우주항공의 출범과 함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현대의 항공사업의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용문사장을 만나 봤다.

김사장은 오랫동안 정몽구회장의 비서를 지낸 측근중의 측근으로
현대정공 전무, 현대자동차써비스 부사장등을 거쳤다.

-대한항공 삼성항공 대우중공업등 선발업체에 비해 10여년 이상
늦었는데 이들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요.

<> 김사장 =맥도널 더글라스사와 계약을 맺음으로써 우리는 한국을
세계에서 5번째의 주날개 생산국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주날개를 생산하다 보면 연관 부문이 비례해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봐요.

다른 업체들이 앞서 출발했다고는 하나 완제기를 만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지난2월 출범 당시 99년까지 1조2천억원을 투자해 60만평규모의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는데 잘 돼 갑니까.

<> 김사장 =충남 서산에 22만평의 부지를 마련해 공장동을 건설중이며
추가로 40만평의 부지에 대해 입지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서산에는 엔진과 주날개 생산라인 등을 건설할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 기술 개발을 끝낸뒤 비행기 동체까지 생산할 계획입니다.

물량 확보를 위해 현재 미국 유럽등의 메이커들과 협의를 벌이고
있어요.

-최근 수주한 항공기 엔진 개조사업에도 적지않은 투자가 필요할텐데요.

<> 김사장 =총 6백억원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초기 설계 기술 분야에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갑니다.

설계와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데 1백억원, 시제품을 만드는데 2백억원,
시험 평가에 50억원을 각각 투자하게됩니다.

생산 시설과 장비부문에는 1백60억원, 시험 설비에는 40억원이
투입됩니다.

나머지는 교육비지요.

-MD사의 1백인승급 MD-95기 주날개 사업자로서 중형기 독자 개발에
나설 계획은 없나요.

<> 김사장 =아직 멀었습니다.

독립적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되 정부의 항공 산업 정책에 충실히
따른다는게 원칙입니다.

국책 중형기 개발 사업이 재개된다면 당연히 컨소시엄에 참여할
겁니다.

MD-95는 이미 7백대 정도 주문을 확보해 다국적 생산 체제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지금 와서 신규 파트너로 참여하긴 힘들어요.

중.대형기를 독자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
입니다.

-우주 사업은 언제 어떻게 착수할 겁니까.

현대전자가 위성체 제작사업에 이미 발을 들여놓아 영역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 김사장 =우선 로켓 엔진과 위성체 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항공기 엔진 사업을 먼저 착수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고효율 고단위인 로켓 엔진까지도 생산할 수 있거든요.

얼마 전엔 다목적 위성의 자세제어추진 장치의 연소 시험에 성공하는
조그만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3~4년안에 위성 종합 제조업과 위성 이용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겁니다.

-항공 우주 부문에는 연구 기능직등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인데요, 인력 확보는 어떻게 해나갈 계획입니까.

<> 김사장 =올 상반기에 1백50명의 사원을 새로 뽑았습니다.

이중 90명은 경력이라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론 여성 인력을 확보할 교육 체계를 갖추려고 합니다.

항공 산업은 정밀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섬세한 기술력이
각광 받을 게 확실합니다.

외국 업체는 벌써부터 여성 채용을 과감하게 늘려왔지요.

이를 위해 우선 충남 지역 공고와 전문대 공과대등을 방문해 산학
협동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