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분가그룹인 한솔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오는 26일이 마감인 (주)한솔PCS 경력사원 모집에 현직 삼성 직원들이
다수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합격자 발표가 나지 않아서 현재로선 누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기존 정보통신 인력은 물론 기획 관리 연구.개발 등 전
부문에서 꽤 많은 인력이 유출될 것"(삼성전자 P이사)으로 삼성측은
예상하고 있다.

단지 정보통신부문 인력만이 아니다.

한솔은 이미 진출한 유통부문에서도 소리 소문 없이 경력사원을
끌어모으고 있다.

물론 그중에서도 삼성출신 직원이 최우선 공략 대상이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무엇보다 문화가 비슷하다"(한솔그룹 관계자)는
게 삼성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다.

한솔은 특히 삼성물산 유통부문과 삼성중공업 등에 스카웃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상당수 삼성직원들이 한솔그룹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솔은 급여 복지 기업문화 등 경영 전 부문에서 "삼성+알파"를 모토로
하고 있다.

실제로 임금은 물론 사원복지에서도 삼성그룹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매력은 또 있다.

삼성으로부터 분가한 이후 통신 유통 금융 등 신규사업에 활발히
진출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삼성그룹이 한솔의 공격적인 스카웃 전략에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력 유출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그간 인력 스카웃에 관한한 언제나 공세를 취해왔으나 이제는
분가 그룹인 한솔로 인해 수세적인 입장에 몰리게 됐다.

한솔의 "삼성 뛰어넘기"와 삼성의 "한솔 건너뛰기"가 어떻게 진행될
지 주목된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