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 <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

일전에 친구 병문안을 다녀온 적이 있다.

친구는 배가 아파 약국에 갔더니 체한 것 같다 하기에 간단한 조제약만
먹고 이틀을 지내다 통증이 심해 병원에 갔더니 맹장이 파열됐다하여 급히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험을 하며 진단의 중요성을 체험할 것이다.

공정거래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공정거래법 적용에 있어서 경제현실,거래관계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면서 통계를 직접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상사업자를 판단할 때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를 기준으로
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면서 시장점유율 산정 등에 통계자료가 활용
된다.

불공정거래행위 여부를 판단하면서 경쟁저해성 정도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통계분석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을 운용하면서 거래관계.시장에 대하여 객관적인 분석과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양심에 의거해 처리하였다고 말하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처리라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며 대외적으로 업무처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향후 개방화 등으로 사업자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리결과에 대한 공정성시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업별 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여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어떠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누구나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

현대와 같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시장환경 아래서는 공정거래법을 운용함에
있어서도 현대의학의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같은
전문진단기법이 더욱 요구된다.

물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하여 물가조사를 통해 물가지수를 산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쟁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경쟁지수"를
개발.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