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 < 대우경제연 연구위원 >

최근들어 국제교역량이 증가하고 거래상대국이 확대됨에 따라 거래방식에
있어서도 기존의 몇몇 정형화된 유형으로부터 벗어나 이들 성격이 상호
복합되거나 또는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는등 거래유형이 다양화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월 WTO출범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분쟁처리절차가 도입되고 모든 회원국에 수출입 허가
절차를 개선하여 수출입 제한기능을 억제토록 요구함에 따라 국제무역거래의
다양화 추세는 급진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대외거래와 관련된 법령을 정비해 나감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거래방식도 크게 변화되고 있다.

특히 수출대금결제에 있어 기존의 신용장(LC)보다는 추심이나 송금방식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 수출의 대금결제별 비중을 보면 LC비중은 49.1%로 수출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50%이하로 떨어진 반면 추심이나 송금비중은 각각
24.2%, 14.9%로 89년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주로 LC에 의해 수출이 이루어지던 시기에는 LC내도액을 통해
향후 수출을 가늠해 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이러한 점이 의심스러워졌다.

일반적으로 시계열 변수간의 선행및 후행관계를 파악하는데 이용되고
있는 교차상관계수를 통해 LC내도액과 수출과의 관계를 보면, 80년대에는
LC내도액이 수출에 대해 약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선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90년대 들어서는 시차가 6개월로 늦어지면서 선행정도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나라 수출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체변수는 무엇인가?

여러가지 변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엔.달러 환율이 LC내도액보다 수출
선행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즉 80년이후 지난해까지 엔.달러 환율의 수출선행정도(QPS값)는 0.0566으로,
같은 기간중 LC내도액의 0.0173에 비해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는 향후 우리 수출을 가늠해 보는데 있어 엔.달러 환율의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엔.달러 환율의 선행정도가 이처럼 높게 나타난 것은 전반적으로 우리
상품과 일본상품과의 수출경합관계가 높아진데다 품질 디자인 등 가격이외의
분야에 있어 경쟁력이 취약함에 따라 수출이 지나치게 환율에 의존하는
체질로 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기업들이 환위험 관리기법이나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국제
외환시장에서 결정된 엔.달러 환율에 순행해서 수출을 하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