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맥주의 개인연금을 유치하기 위해 금융기관간에 각축전이 벌어졌다.
금융기관들이 군침을 노린 자금은 20년동안 연간10억씩 200억원이 넘는
장기자금. 은행은 물론 투자신탁회사도 자금유치경쟁에 참여했다.
온갖 로비에 시달린 조선맥주는 개인연금상품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각금융기관에게 설명의 기회를 줘 은행1곳 투신사1곳을 개인연금 가입기관
으로 지정키로 한 것.
설명회에 참석한 기관은 5개시중은행과 한국투신 국민투신등 모두 7곳.
한국투신의 정준화 상품개발팀장은 "최고의 맥주에 최고의 투자신탁"이라는
모토로 하이트맥주의 광고사진까지 덧붙인 안내자료를 만들었다.
정팀장은 조선맥주의 직원들앞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하이트맥주에 대해 언급했고 한국투신이 투신사수탁고 1위임을
강조했다.
결국 한국투신과 국민은행이 조선맥주의 개인연금 지정기관으로 정해졌고
한국투신은 200억원의 장기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법인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투신사의 노력은 자금유치전에 그치지 않는다.
자금이 움직일 태세를 보이면 어디고 따라가서 유치전을 편다.
지난해 8월께 한국투신이 H생명의 자금500억원을 끌어들인 것도 치열했다.
H생명이 투신사에 자금을 맡기기로 하고 대상기관으로 물망에 둔 곳은
국민투신 한국투신 한일투신 등이었다.
이때 한국투신 법인영업부에서는 신규자금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고
재무부출신인 강대영부사장까지 동원돼 자금유치에 성공했다.
법인고객의 자금담당을 정확히 파악해 임원들까지 협력해 자금을 끌어들인
성공적인 사례다.
이처럼 유치할만한 자금이 있으면 어디라도 먼저 뛰어다니는게 투자신탁
회사다.
투신사가 앉아서 영업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주가가 탄력적인 상승세를 보이던 지난 87, 88년, 92, 93년에는 투신사가
앉아서 영업을 했다.
그때는 주식형상품의 운용수익률이 은행의 정기예금금리보다 훨씬 높았다.
일반인들 인식속에 투신사상품이 금리가 높다는 인식이 든것도 그때부터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공사채형상품도 연12%선이 고작이다.
신설투신사도 내달부터 영업을 하면 이제는 자금유치전은 본격화된다.
급기야 수익증권 위탁판매로 증권사에 수익증권판매의 일부를 의지(?)
하기도 한다.
"법인영업에서는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은행 보험 연기금등 법인고객들의 자금이 어느 곳에 얼마만큼 맡겨졌고
그자금이 언제 만기가 되느냐는 것을 잘 파악해야 한다"
(국민투신 홍휘식상무)
돈이 움직인다면 어디고 좇아가야 하는게 투신사영업의 현주소다.
경영난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수탁고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서울소재 3투신의 수탁고는 지난달 1년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중도환매수수료가 인상되는 등 금리메리트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주는 투금사의 단기금융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단기적인 자금보다는 장기자금을 유치해야하는게 법인영업의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이 움직이기 전단계부터 자금유치전이 시작되야 한다.
자금유치단계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수익률을 맞춰야 한다.
지난해 보장각서파문이 일어난 것도 자금유치과정에서 고객들에게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편법이지만 기존에 운용하던 고수익펀드의 환매분을 모아서 고객이 원하는
수익을 맞추기도 한다.
경쟁회사의 고객이라도 자금이 만기가 되면 찾아가서 유치전을 벌여야하는
게 현실이다.
내달부터 신설투신이 생겨나면 자금유치전은 더욱 치열해진다.
신설투신이 운용하는 수익증권의 판매는 모회사인 증권사가 담당한다.
대형증권사에 비해 점포가 적은 투신사로서는 판매경쟁에 불리할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달초부터 증권사들이 서울소재3투신으로부터 수익증권을 총액
인수해 고객들에게 팔고 있다.
신설투신과의 수탁고경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