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4월 총선이후 신기루처럼 솟았던 돌출장세가 만들었던 거품을
대부분 제거하고 제모습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당시 제모습이란 무엇인가에 있다.

한마디로 연초장세로 돌아간 셈인데 당시의 상황을 돌아보면 우선 경기
문제가 먼저 떠오르게 된다.

한참 연착륙 논란이 일던 시점이고 주가도 이를 반영해 침체를 보였던
상황이었다.

바로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 장세를 바라보면 앞으로의 진로가 감이 잡힐만
하겠다.

당시는 연착륙의 실패에 대한 기우는 나올수 있었지만 불가능쪽으로의
예단은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정부가 지난 주말에 언급한대로 하반기 경제운용대책을 전면 손질해야
할만큼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사실 현정부는 집권초기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경제정책 변화는 없었다.

그만큼 대체로 집권중 순조롭게 경기가 풀려나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입장에서 지금의 모습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이제 2년이 조금 못되는 시간밖에 남지않은 정부로서는 여기서 얼마만큼
획기적이고 새로운 정책의 전환을 가져올 것인가 매우 궁금하다.

그리고 그 전환 방향은 향후 장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여하에 따라서는 시장에 새로운 탄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고 반대로
찬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경기 진작쪽이면 전자이고 물가안정 쪽이면 후자인데 만일 둘다 고려한다면
초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다가 그 다음에 부분적으로 장세에 새물결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 역대 정부는 대체로 이런 상황에서 여론의 향배를 중시하게 되는데
요즘 보면 긴축론자 목소리보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제기하는 소리가 높은
편이다.

이로 미루어 정부의 속내는 경기진작쪽에 다소 무게가 더 실려있지 않을까
싶다.

만일 그렇다면 이번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 기본계획은 한번 기다려
볼만하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시장이 감당할 내부 과제는 무엇인가.

지난 총선후 거품장세가 지나고 나니 총선전보다 실세금리는 오히려 0.5%
포인트가 올랐고 예탁금은 2,000억원가량 늘었지만 신용은 무려 9,000억원이
늘었다.

더 큰 변화는 우리 돈이 이 기간중 3.8% 하락한 점이다.

아마 단기 투자한 외국인이라면 상당히 당혹스러울만한 상황이다.

금리에 민감한 기관들도 이렇게 되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장세의 조기 전환을 위해서는 신선한 외부 충격이 필요하다.

그것이 아니라면 정부의 하반기 경기대책을 기다려보자.

그리고 이 기회에 일반투자자에게 우리 시장의 투자분석가의 한사람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최근들어 장세가 악화되자 일부 극소수 투자자들이 장세전망을 어둡게
제시하는 분석가를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서 항의를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종목별 매도의견도 내지못하게 하는 분위기도 있는 듯하다.

심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이런 것이 과연 투자 수익에 모슨 도움이 될
것인가.

전체 시장이 공황적 위기라면 심리안정에 분석가들도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의 의견개진은 자유롭고 다양할수록
장세안정에 도움을 줄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면 실패하기 쉽고, 비관적으로
보면 그속에서 기회가 싹트고 있었음을 발견할수 있다.

프로는 악재속에서 돈을 버는 것이다.

< 아태경제연구소 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