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이 요즘 미.일 양국의 "7월 금리 동시인상설"에 휩싸여 있다.

"금리인상=금융시장불안"이라는 함수를 푸는 해법으로 세계 양대경제국이
동시금리인상법을 내놓을 것이란 소문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미.일 양국은 최근 경기전선에 과열신호가 잇달아 켜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창궐하기 전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금리인상이 안고 있는 "금융시장불안"이라는 시한폭탄 때문에
섣불리 금리인상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한나라만 금리를 올릴 경우 현재의 양국 금리격차가 벌어지거나
좁아지면서 애써 바로잡은 달러-엔화 환율평형이 "엔고" 재연 또는
1백10엔대이상의 수퍼"달러고"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동시인상이 "경기연착륙"과 "금융시장 안정"이란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묘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금리를 한꺼번에 올릴 경우 금리차는 현재 상태를 유지, 외환및 증권시장에
대한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90년대초 버블경기가 꺼진 이후 경기침체에서 허덕이던 일본 경제는 올
1.4분기동안 23년만에 최고치의 경제성장율을 기록, 긴 침체의 터널을
빠져 나왔다.

이 발표직후 곧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은 엔화 "사자"세
로 몰려들었다.

엔화가 뛰기 시작하자 일본중앙은행은 "당분간 현재의 금리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서둘러 엔고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일본의 금리인상설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템포라면 일본정부의올 경제성장 목표치(2.5%)는 무난히 달성될텐데
0.5%라는 초저금리를 계속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도 "성장목표가 달성되면 정부의 초저금리정책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고 고백했다.

미국도 일본이상의 금리인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

지난 5월 한달동안 새로 일자리를 찾은 미국인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2배이상 뛰어넘는 34만8천명에 달해 "경기과열 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의 영향으로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연일 상승행진을
계속, 현재 장기금리(30년만기 미재무부채권 수익율)가 7.1%대까지 치솟았다.

미.일 동시금리인상설에는 이런 경제논리외에 "정치적 배경"도 짙게 깔려
있다.

양국은 각각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있어 "표밭"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민감한 시기에 놓여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시기는 올 11월.

대선이 있는 해 8월 이후에는 금리정책 변경이 어렵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받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다.

이때문에 7월 2일,3일 이틀간 열리는 금리결정회의(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놓치면 금리인상은 물건너 가는 셈이다.

"7월이 올해 금리를 올릴 최후의 기회"라는 시장관계자의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국회해산 초읽기에 들어간 일본의 하시모토총리도 총선에서 승리를 위해서
는 인기관리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세계에서 저축하기를 가장 좋아하는 일본국민들에게 초저금리는 반가울리
없다.

일본 정부로서는 2.4분기 경제지표를지켜보고 경제가 완전히 풀렸다는
확증을 잡은 후에 금리정책을 결정하고 싶겠지만 "시기"상 문제가 있다.

2.4분기 경기지표가 발표되는 9월에는 경기대책을 위한 추경예산 논의도
본격화되기 때문에 정치적 입김이 크게 작용,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전망
이다.

따라서 9월 이전, 미국이 금리를 올릴때 일본도 같이 인상하는게 최상책
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FRB와 일본은행이 물밑 접촉을 통해 동시 금리인상 방침을
정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FRB가 7월에 금리를 올리면 일본은행이 따라서 인상하는 형태가
될 것"이란 견해가 현재로선 시장관계자들 사이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