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통화지표를 바꾸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통화지표에 대한 경제학계의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논의는 왜곡된 자금흐름을 바로잡기 위한 신탁제도개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컬하다.

총유동성에서 중심통화지표인 총통화(M2)로 대표되는 비중이 지난 5월말
현재 28.3%에 불과한데 비해 통화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양도성예금증서
(CD), 신탁계정 등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

따라서 총통화증가율을 기준으로 하는 통화관리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수
밖에 없게 됐다.

이같은 해묵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전에 신탁예치기간을 최저
1년6개월로 연장하고 중도해지수수료 크게 올리는 내용으로 신탁제도가
개편됐다.

그러자 신탁계정에서 빠져나온 자금의 상당부분이 은행계정의 저축성예금
으로 흘러들어 총통화증가율이 높아졌다.

지난 6월10일 현재 말잔기준으로 총통화증가율이 16.4%에 달해 불과
몇달전의 13~14%에 비해 마침 수출부진으로 기업의 운전자금수요가 몰려
시중실세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데다 통화수위상승에 따른 통화당국의
통화환수 가능성마저 겹쳐 금리상승세는 더욱 가파른 양상을 보였다.

이렇게 통화관리부담이 커지고 금리안정이 흔들리자 총통화증가율의
목표수준을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궁색한 조치보다 이번 기회에 중심통화
지표를 보다 폭넓은 지표로 바꾸자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같다.

여기에는 통화환수조치가 가뜩이나 하강국면인 경기흐름을 더욱 냉각시키는
동시에 금리상승을 자극할 뿐이라는 정책당국의 판단외에 통화지표를 바꾸면
통화관리에 여유가 생기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심리도 덧붙여진 것같다.

중심통화지표의 변경은 CD나 신탁이 통화관리대상으로 포함되는 문제와
맞물려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나아가 감독기관인 한은과 재경원의
의견대립을 불러왔다.

이같은 정책당국간의 의견대립은 통화관리를 간접관리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당위론과 얽혀 또다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시경제정책의 목표인 성장이나 물가에 대한 통화량의 상관관계가
낮아지고 있고 금융정책의 초점이 통화량에서 금리로 바뀌는 마당에
중심통화지표의 변경은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현실여건이 통화관리를 도외시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정책금융의 부담때문에 재할인율이나 지급준비율의 조정을 통해 간접관리
효과를 거두는 것도 요원한 실정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이 개방된 뒤에도 상당기간 통화관리와 금리안정정책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심통화지표를 현재의 M2에서 M2에 CD와 금전신탁을 표함시킨
MCT로 바꾸되 지준부과는 낮추는 절충안의 시행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제정책은 최선이 안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며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정책발상은 지양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