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한미은행지분 15.79%를 확보, 한미은행의 국내 최대 주주로
부상함에 따라 은행소유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그룹은 미국 아메리카은행(BOA)이 보유한 한미은행 주식 1천3만주
(지분율 29.35%)중 342만주(지분율 10%)를 인수키로 하고 26일 정식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주당 인수가격은 계약일을 포함해 최근 30일간의 평균 주식가격인
1만3,000원에 37%의 프리미엄을 합친 1만7,900원으로 총 인수금액은
612억1,800만원이다.

이로써 삼성의 한미은행 지분은 현재의 5.79%에서 15.79%로 크게 높아져
지분율 12.31%(5월말현재)인 대우그룹을 제치고 국내 최대주주가 됐다.

<> 대기업의 은행소유구조 변화

=삼성그룹의 한미은행 지분매입으로 지분율이 15.79%로 높아짐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막기 위해 4%로 묶어놓고 있는 대기업의 시중은행
지분소유제한 제도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BOA가 지분매각후에도 19.35%의 지분율을 보유하는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국내 특정대기업이 이 한도까지 한미은행의 지분율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이는 재벌의 지분소유한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현행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불가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결국 합작은행 경우에만 시중은행 지분한도의 4배에 가까운 지분율을
대기업에 허용하는 꼴이 돼 지분율 제한의 족쇄를 여타 시중은행만이
지게 되는 불합리를 낳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삼성만이 유일하게 시중은행의 지분소유한도를 크게 뛰어넘는 특혜를
누리는 셈이 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은행업의 전면개방을 목전에 두고 "주인"없는 은행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의 소유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재계를 중심으로
강력히 제기되고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정부가 은행의 소유구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미 오래전부터 기업들이 직접 또는 기업소유 보험사를 통해
은행주식을 상당규모 소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산업과 은행의 분리가
무너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은행의 최대주주 지분율제한은 시중은행 4%, 금융기업전업가 12%다.

이번 삼성의 한미은행주식 취득으로 은행소유지분 제한에 변화가 생긴다면
우선 금융기업 전업가에 먼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삼성의 한미은행 지분 추가취득으로 불합리한 은행의
소유제한구조가 재조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거대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에
대비해 정부가은행소유 구조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미은행 반응

=한미은행은 삼성그룹이 국내대주주로 확정된데 대해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삼성은행"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삼성인수확정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진데다 프리미엄도 예상보다
적은데 대해 다소 실망하면서 특히 증자를 앞두고 있어 발행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측은 삼성이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반대하고 있는 정부눈치를 보느라
당분간은 적극적인 경영참여는 하지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내년 정기주주총회의 임원선임에서부터 삼성의 입김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임원선임문제를 그동안 국내대주주인 대우그룹과 사전협의하고
삼성그룹이나 대한전선등의 대주주에는 이를 통보만 해왔으나 내년부터는
삼성그룹과 사전협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친대우그룹으로 알려진 인사들의 거취가 주목된다.

< 육동인.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