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중공업과 대한항공 기아중공업 LG정밀 등이 삼성항공의 한국형
고등훈련기(KTX-2) 사업 운용이 독단적이라며 강력 반발, 협력 제작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국내 최초의 독자 기종 개발을 목적으로 개발비만
1조2천억원을 투입키로 한 KTX-2 사업이 초기 개발단계부터 삐거덕거리게
됐다.

26일 대우중공업 등은 국내 항공 업체들에 할당돼야할 KTX-2기의 핵심
부품 제작사업이 외국사로 넘어갈 위기에 놓였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관계
당국에 제출했다.

이들 업체들은 건의문을 통해 이 사업의 주계약 업체인 삼성항공이
국산화 원칙을 포기하고 핵심 부품은 외국업체로부터 직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삼성항공이 경비가 싸다는 이유로 외국산 부품을 직도입
하기로 방침을 정해놓고 국내 협력 업체들에는 형식적 협의체에 불과한
통합개발팀 참여를 강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92년부터 1천8백억여원을 투자해온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물거품될 위기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이들 업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공동으로 이 사업을
보이코트하기로 했다.

현재 KTX-2기의 기체는 국내 제작 방침이 정해졌으나 <>항공전자시스템
계통 <>랜딩기어 등 착륙장치계통 <>탱크 유닛등 연료계통 <>주발전기등
전기계통 <>발사대 등 무장계통 <>열교환기등 환경제어계통 <>추진계통
<>비행기 제어계통 <>조종실계통 등의 핵심 부품들은 당초계획과는 달리
삼성측이 대부분 외국산을 도입토록 계획을 수정했다.

삼성항공은 오는 2004년까지 예정된 체계개발(시제기 개발) 기간동안
이들 부품들을 미 록히드 마틴등 외국사로부터 도입하고 2005년께 양산에
들어간 이후 국내 업체들의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협력 업체들은 체계 개발과 양산까지 일관적인 생산 참여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의견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

협력 업체들은 또 KTX-2 사업의 합작 파트너를 록히드 마틴에서 독일
DASA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력 업체들은 DASA가 제시한 비용과 기술 이전 조건이 록히드보다
유리한데도 삼성항공측이 사업 지연등을 이유로 파트너 변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2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KTX-2 의 탐색 개발
사업을 진행해오다 95년 6월 삼성항공이 체계 개발 사업을 주관하도록
변경했었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