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것 같지만 실제론 무척 고단한 직업이에요.
무형의 아이디어를 유형의 상품으로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창의성 열정이 필요하죠"

명기획 대표 심재명씨(33)는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1급 전문영화
기획자.

"결혼이야기" "그여자 그남자" "세상밖으로"등의 기획홍보를 맡아 한국
영화기획의 지평을 넓힌 재주꾼이다.

그는 "영화기획자는 아이템 입안부터 흥행결과까지를 모두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풀수 없다"면서 "기획능력에 따라 수익차가 크게 나는
이유도 이때문"이라고 설명한다.

88년 서울극장 기획실에서 영화일을 시작한 그는 얼마 후 극동스크린으로
옮겨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다 프리랜서를 거쳐 93년 자신의 이름끝자를 딴
"명기획"을 설립했다.

이때 기획한 작품이 "그대안의 블루"와 "그여자 그남자".

영화기획과 함께 "게임의 법칙" "총잡이"등 주로 한국영화를 홍보하면서
"일을 골라 할"만큼의 자신감을 쌓았다.

"첫 해 홍보기획료로 받은 돈이 1억5,000만원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여자 그남자"는 관객10만명이 넘을 경우 인센티브로 1인당 100원씩을
받기로 약정했는데 25만명이 몰려 1,500만원의 추가수익이 발생했죠"

회사설립 3년째인 지금 명기획의 총매출은 1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명기획자로서의 진가를 확인케하는 수치다.

내년 목표는 20억원.

"영화산업의 성패는 예술적 안목과 상업성의 조화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인간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때로는 승부사 기질도 필요해요. 잘못하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죠"

벤처산업인 영화의 특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올 상반기에 개봉된 20여편의 한국영화중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3~4편밖에
안되는 현실이 이를 대변해 준다.

한국영화계에서 그녀의 이름은 뛰어난 실무능력과 창의적 감각의 대명사로
통한다.

최근엔 뚱뚱한 여자의 유쾌한 이야기 "코르셋"을 만들어 제작자로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 영화는 심씨가 남편 이은씨와 함께 지난해 설립한 영화사 명필름의
창립작품.

이달 8일 개봉돼 보름만에 관객 8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11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는 제작비를 제외하고 2억원정도의 수익이 예상
된다고.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