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30)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TV를 켠다.
그는 잠시 어떤 채널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망설인다. 기존의 공중파방송
외에 위성방송과 케이블TV까지 시청할 수 있는 채널만 100개가 넘기 때문
이다. 무슨 프로그램을 방영하는지 확인하는 데만도 1시간이상 걸릴 것같다.
강1급의 기력을 가진 그는 그래도 가장 먼저 바둑케이블TV를 1시간정도 본후
뉴스와 영화채널로 손을 돌린다"

이 이야기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불과 2~3년 뒤면 우리들의 안방에 펼쳐질 모습이다.

이른바 다매체 다채널시대로 불리는 방송의 홍수속에서 케이블TV의 미래는
과연 어떠할까.

일부의 우려처럼 위성방송과 공중파방송에 밀려 도태되고 말 것인가.

그렇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케이블TV가 갖는 전문성과 주문형비디오서비스(VOD)등 각종 첨단
부가서비스로 인해 차세대방송의 선두주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 위성방송과 케이블TV는 경쟁관계에 있다기 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가깝다.

위성과 케이블을 이용한 이들의 다양한 채널서비스는 "전파의 희소성"에
바탕을 둔 기존 공중파방송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케이블TV는 우선 전파를 이용한 공중파방송과는 달리 각 지역방송국을 통해
유선으로 시청자의 집까지 프로그램을 송출하기 때문에 갖가지 전파장애로
인한 난시청없이 깨끗하고 선명한 화면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스페이스 케이블 네트워크(SCN)구축으로 위성방송의 프로그램
을 재송출할 수도 있어 케이블가입자에겐 위성방송프로그램을 서비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에 광대한 지역에 방송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케이블은
위성방송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위성방송이 만능은 아니다.

이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수신장비(컨버터 셋톱박스등)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유료채널을 볼 경우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진다.

또 위성방송의 결정적인 약점은 대표적인 멀티미디어 서비스인 쌍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홈뱅킹 홈쇼핑 전화서비스등 다양한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케이블TV의 상대가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은 아울러 경제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위성을 한번 쏘아 올리는데만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데다 수명도 길어야
10년 안팎이기 때문이다.

무궁화위성의 경우는 기껏 5년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지만 케이블 전송망을 광케이블로 구축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전송망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기간망
으로 기능할 뿐 아니라 재택근무 화상회의 데이터 검색활용과 같은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케이블TV가 다른 매체에 비해 가질 수 있는 또다른 장점은 "지역성"에
바탕을 둔 정보의 전달이다.

앞으로 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자리잡으면 자기지역의 생활정보나
뉴스는 기존의 공중파방송이나 위성방송이 아닌 케이블TV의 지역채널이
담당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태열 케이블TV연구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화정책의 밑바탕에는
지방화가 자리잡고 있다.

안의 내실을 다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세계화는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며 "이런 점에서 케이블TV는 정보화사회구현의 기축매체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시 된다"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서로가 가진 장.단점을 공유하면서
멀티미디어 시대의 "경쟁적 동반자"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등 선진국이 이미 케이블TV가 위성전송방식을 도입, 케이블매체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영향력을 높이고 있으며 위성방송도 CNN등 케이블TV
채널을 수용하는 등 선의의 경쟁자로 역할을 분담해 오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