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이 "핫코일 값"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올들어 호주산 핫코일이 포철의 로컬공급가보다 싸게 들어오고 있는데다
최근엔 일본이 t당 3백20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부르고 있어서다.

이는 포철의 로컬가(t당 3백40달러)보다 t당 20달러나 싼 것이다.

외국 업체들의 이같은 저가 공세에 따라 국내 강관업체등 핫코일
수요업계의 가격인하 압력이 가중되고 있지만 포철은 핫코일 값을
선뜻 내릴수도 없는 형편이다.

자칫 가격을 내렸다가는 미국의 반덤핑 공세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미국은 그동안 포철이 국내 강관업계에 국제가보다 싼 핫코일을 공급해
이들 업체가 미국시장에서 덤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외국산 제품에 맞서 가격을 내리자니 미국이 걸리고 현재 값을
유지하자니 수요업계의 압력이 만만치 않다는 게 포철의 고민이다.

물론 포철은 최근의 "사태"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국제 철강시세가 워낙 떨어지다 보니 호주 일본등이 한국시장에
대한 수출가를 충격적으로 낮춘 것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국제시황 변화에 따라 포철의 핫코일 값과 수입제품 가격은
다시 역전돼 원상회복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포철 핫코일 값이 수입제품에 비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본의 신일철이 국내 강관업체에 제시한 t당 3백20달러에 해상운송비와
수입부대비용등을 포함하면 포철의 공급가보다 기껏해야 6달러 정도 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안정적인 공급선이란 메리트를 감안하면 포철의 핫코일 값은
절대 비싼게 아니라는 것.

또 호주산도 비록 값은 싸지만 수입물량이 총 5만t정도로 미미해
내수시장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포철관계자는 밝혔다.

그럼에도 포철의 핫코일을 사다 쓰고 있는 강관업계는 "무슨 소리냐"며
목청을 높인다.

이들은 일본에서 국내에 들여오는 운송비와 포항이나 광양으로부터
운반해오는 값이 거의 같다고 지적한다.

"일본에서 부산까지 운반비용은 t당 10달러, 일본에서 인천까지는
14달러선인데 포항에서 부산까지는 t당 8달러, 광양에서 인천까지는
10달러 정도"(강관업계 구매담당자)라는 것.

따라서 강관업계는 포철이 수입제품 값에 맞춰 로컬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박재윤통상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포철이
핫코일 값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문제는 포철의 핫코일 값 인하가 미국 통상압력의 도화선이 될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그동안 포철의 핫코일 값을 계속 문제 삼아왔다.

한국정부가 포철에 압력을 가해 내수시장에 핫코일을 국제가보다
낮게 공급토록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미 지난 94년엔 한국산 냉연강판과 아연도금강판에 반덤핑 판정을
내리고 매년 연례 재심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철이 핫코일 값을 내린다면 미국의 주장에 "증거"를
제시하는 꼴이 되는 셈이다.

오히려 포철의 핫코일 값이 수입제품 가격보다 비싼 것은 미국의
통상공세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호재"라는 게 포철측 설명이다.

한편 포철의 핫코일 값이 외국산에 비해 비싸진 게 "근본적인 경쟁력
한계"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어 포철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공세와 국내 강관업계의 가격인하 압력에 샌드위치가
돼버린 포철이 "핫코일 가격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