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강물과 소를 몰고 가는 목동, 수면에 비치는 황금빛 노을.

존 부어맨 감독은 "비욘드 랭군"의 첫 장면을 왜 이처럼 목가적인
풍경으로 그렸을까.

그는 고통과 희생을 치유하는 삶의 과정을 "강물 이미지"로 풀어낸다.

미얀마의 비극적 학살현장을 한 여인의 눈을 통해 그린 이 작품에서도
그는 강의 생명력을 통해 상처를 쓰다듬는다.

잔잔한 물결위로 유람선이 떠가고 뱃전에 기댄 로라 (패트리샤 아케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곧이어 끔찍한 기억이 물살에 일렁인다.

햇병아리 미국인의사인 그녀는 강도사건으로 남편과 아이를 잃고
미얀마를 여행중이다.

어느날 밤 그녀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반정부시위를 보고
본능적인 힘에 끌려 데모대와 함께 한다.

북새통에 여권을 잃어버린 그녀는 이때문에 미얀마당국의 감시를
받게 된다.

그러던 중 여행가이드인 반체제교수 우 앙코를 만나 군부독재의 온갖
만행과 학살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며 "피의 제전"으로 얼룩진 그곳에서
점차 새로운 세계관에 눈뜬다.

"선하게 사는 사람에겐 행복할 권리가 있잖아요".

개인적인 불행과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가 맞물리는 접점.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에 있는가.

결국 그들은 내일을 도모하기 위해 태국으로의 탈출을 결심한다.

총상을 입은 우 앙코가 목숨을 걸고 약을 구해온 로라의 도움으로
살아난 뒤 나누는 대화가 주제를 집약시켜 보여준다.

"당신은 치료자예요" "항생제가 한 거죠" "상처만 치료한 게 아니랍니다"

그들이 국경을 넘는 마지막 관문도 강으로 설정돼 있다.

강은 인생항로이자 모든 것을 포용하는 화해의 상징.

난민촌에 도착한 로라는 이제 더이상 피를 무서워하는 신참의사가
아니다.

95 칸영화제 본선 진출작.

( 7월6일 호암아트홀 개봉 예정 )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