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해외로...''

국내 철강업체들의 해외탈출 러시가 가히 붐이다.

철강원료나 반제품은 물론 강판 강관 등 최종제품에 이르기까지 현지생산
체제 구축에 업계가 발벗고 나섰다.

진출 지역도 과거 동남아 중국 일변도에서 미국 남미 러시아 인도 중동 등
크게 넓어졌다.

이들은 국내 설비증설에 따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원자재의 안정적인
확보와 파이프 등 국내에선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부문들에 대한 해외이전
을 위해 ''엑소더스'' 행렬을 잇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 땅값등이 비싸 국내에서 생산해선 더이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이 철강업체들의 해외진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철강부문 해외투자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역시 포철.

지난 90년대초 베트남에 포스비나 비나파이프등 완제품 공장을 지어
가동중인 이 회사는 올들어선 인도네시아에 100만t 규모의 핫코일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오는 99년 준공예정인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엔 총 5억3,0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엔 중국 대련시에 연산 10만t 규모의 아연도금강판공장을 착공
했다.

원료공장으론 브라질에 펠릿, 베네수엘라에 고철대체재인 HBI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미국에선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설립한 냉연생산업체인 UPI를 운영중이기도
하다.

포철은 인도네시아 공장이 완공되면 해외조강 생산능력이 연산 200만t으로
늘어난다.

국내생산 2,800만t과 합쳐 총 3,000만t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오는 2000년대에는 해외에서만 연간 1,000만t의 생산능력을 보유한다는게
포철의 장기 목표다.

한보철강은 베네수엘라에 연산 100만t 규모의 HBI공장을 올 3월 착공했다.

이 회사는 인도에 펠릿 합작공장및 중국 천진과 동남아등지에 강관 열연
냉연코일 가공공장 설립을 계획중이기도 하다.

동국제강 역시 베네수엘라에 DRI(직접환원철)등을 연간 200만t씩 생산하는
공장투자에 나섰다.

현대강관의 경우 베트남과 중국 훈춘에 이어 바레인에 연산 7만2,000t의
소구경관공장을 건설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투자액은 총 1,500만달러.

동양철관도 내년 중반까지 연간 10만t 생산능력의 강관공장을 말레이시아에
건설키로 했다.

한국강관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파이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현지 스테인리스 업체를 인수해 가동중인 삼미그룹은 미국에도
삼미 알텍사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세계 최대 특수강 시장인 미국에서 특수강을 현지 생산해 판매하기
위해서다.

동양석판은 미국 오하이오주에 연산 20만t 규모의 석도강판 공장 건설을
거의 마무리 했으며 중국 해남성에서 내년 7월부터 석도강판 공장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동부제강 인천제철등은 해외에 일관제철소를 현지업체와 합작으로 세우는
복안을 가다듬고 있기도 하다.

국내 철강회사들의 이같은 해외진출 러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국내에선 철강산업의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철강협회관계자는 "철광석등 원료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철강회사들의 해외생산체제 구축이 불가피한데다 현지시장
확보를 위해서도 해외투자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