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협약이 철강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새로운 "족쇄"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으나 2000년께에는 환경문제가
철강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
이다.

지금까지 체결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국제환경협약중 철강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협약으로는 기후변화협약 국제환경경영표준화 바젤협약 몬트리올
의정서 등이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기후변화협약 바젤협약 국제환경경영표준화 등이 철강
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화석연료 소비및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국제환경협약으로 94년3월21일 공식 발효됐으며
한국등 50여개국이 가입해 있다.

기후변화협약은 선진국에 대해선 200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년
수준으로 감축하고 개도국에 대해선 온실가스 통계보고 등을 하도록 규정
하고 있다.

OECD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축소가
당장의 과제인 셈이다.

기후변화협약에서는 또 탄소세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일부 EU회원국에선 이미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철강산업은 제조업중에서도 손꼽히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기후협약에 따라 이산화탄소에 대한 배출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엔 탄소세 도입에 따르는 철강재의
가격상승효과(제철및 제강기준)는 21.1%로 미국의 16.8%나 EU의 8.0%에 비해
훨씬 높아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의 약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및 그 처리의 통제에 관한 협약"인 바젤협약도
변수다.

고철은 규제대상 유해폐기물의 범주에서 빠졌으나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
이 만만치 않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제환경경영표준(ISO 14000)은 국제표준화기구가 지난 91년부터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ISO 9000 시리즈의 개념을 환경에 적용한 것이다.

ISO 14000은 원료조달에서부터 생산 유통 판매 폐기처분에 이르기까지
생산의 전과정에 걸쳐 환경친화적인 경영체계를 구축한 사업체에 부여된다.

기업활동 전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환경오염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기업경영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환경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점차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국내 철강업계도 사업구조를 환경친화적으로 서둘러 전환하는 등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다.

환경친화적 구조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원료조달단계에서 고품질의 철강을
생산하기 위한 불순물 식별및 제거기술을 개발하고 제조단계에서는 설비
개선을 통한 에너지 절약과 청정공정의 공동개발 등을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포철이 부분적으로 실용화한 용융환원제철법의 완전 상용화를
서둘러 이산화탄소 배출을 없애야 한다는 설명이다.

철강을 반응고상태로 적절히 가공해 필요한 형상을 직접 주조하는 반응고
가공기술의 개발도 서둘러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폐기단계에서는 합금과 동등한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리사이클링이
쉬운 슈퍼메탈을 개발한다든지 제품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표면처리강판을
생산하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고 신한종합연구소는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관련 규제가 마이너스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환경문제가 비단 국내업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둘러 국제인증을 획득하는 등 적절한 대응책을 세운다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