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식 < 산업과기연구소 소장 >

다가오는 21세기 철강산업의 경향은 거대한 장치 및 자본투입을 바탕으로
하는 기존의 독점적 대량생산체제에서 벗어나 에너지 소비와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는 공정생략형 기술을 토대로 한 소규모 생산체제로의 전환이
가장 큰 추세다.

이같이 향후 철강산업의 기술혁명을 주도하게 될 대표적인 공정생략형
기술로는 용융환원기술과 박슬래브주조 및 박판주조등과 같은 것들이 있다.

또 연속적으로 핫코일 박판을 압연하여 냉간 압연 공정을 생략할 수 있는
연속 압연기술들을 꼽을 수 있다.

철강공정의 발전양상이나 대규모 일관제철소의 용광로수명이 다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볼때 향후 건설될 제철설비는 앞서 말한 혁신공정이 주류를
이룰 것이 분명하다.

제철설비의 경량화는 피할 수 없는 명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간단한 전기로 정련설비 박판주조 설비만을 갖춤으로써 열간 압연을
생략해 철강판재를 생산하고 여기에 1~2단의 열간 압연설비만 추가해 냉간
압연없이 연산 50만~10만t규모의 냉간 압연재 대체용 열간 압연 극박판까지
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마이크로밀(Micro Mill 혹은 Cottage Mill)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이경우 이제까지 일관제철소나 일정규모의 미니밀에서 독점하던 철강
판재시장을 이런 마이크로밀들이 대체해 갈 날이 2000년대 초반부터
현실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철강이외 소재산업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위협받고 있는 철강재의
부가가치 및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품질의 고급화와 더 나아가 철강재
수요의 신규창출을 위한 강재 이용기술 개발노력을 또 하나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세계의 일관제철소 및 신규 소규모 철강사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철저한 기술적 이기주의와 독점주위를 내건 요즈음의 기술라운드(Technology
Round) 아래서 차세대 철강기술 개발을 위해 사활을 건 "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철강산업은 양적으로는 세계적으로 이미 선진수준에
들어갔으나 질적으로는 아직도 세계 정상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급격한 경제발전 속도에 따른 폭발적인 철강수요 증가에 힘입어 선진
철강사 대비 가동률 및 가격면에서 간신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향후 통일후의 철강 신규수요도 선진 철강사나 한국을 급격히 추격하고
있는 후발 개도국의 몫으로 달아 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서 비롯된다.

신공정 개발과 과감한 도입에 등한히 했던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철강업계가 일본 철강업계에 밀려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던 역사적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의 철강업계도 혁신공정의 개발 및 수용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향후 기술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더구나 이러한 혁신 철강기술들이 예전과 달리 설비메이커에 의해 주도되지
못하고 선진 철강사의 주도아래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발철강사가 개발된
공정으로부터 타사 대비 충분한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경쟁 철강사
에 기술을 공개하지 않아 한번 신기술확보에 늦게 되면 일정기간동안
신기술의 도입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국내 철강업계의 공통노력은 1차적으로 제품의 부가가치창출, 즉
보다 경량화되면서도 보다 물성이 강화된 철강제품 개발 및 기존공정의
성력화 자동화, 그리고 전자기 야금기술과 같은 신기술과의 접목을 통한
공정 합리화 쪽에 맞춰져야 한다.

한편으로 대형 위락시설, 조립식 스틸하우스,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 및
교량 항만같은 사회간접자본에서의 강재이용도를 높일 수 있는 신규수요
창출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강재가 소요되는 최종설비의 설계 및 시공방법 등과 같이 제품의
생산 기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궁극적인 수요제고를 위한 이들
기술의 개발도 철강산업계의 공통 개발과제로 추진해 대체 소재산업 발전에
따라 줄어드는 철강수요를 적극적으로 다시 일으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우리 철강업계의 최대 공통과제는 앞서 말한 혁신공정을 최대한 신속히,
그리고 경제적으로 개발하여 실용화함과 동시에 이러한 신공정에 대한 설계
및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하는 것일 수 밖에 없다.

또한 국내의 인건비 상승 철강재 공급의 세계적인 권역화 및 좁은 국토로
인한 철강단지의 입지상 한계측면에서 해외 투자가 조만간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이때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경량화된 제철설비를 최소의
투자로 갖출 수 있는 설계 및 엔지니어링 능력확보가 필수 불가결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