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총체적 위기라는 주장과 그렇지않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있다.

경제흐름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엇갈리고 있어
판단이 쉽지않다.

부도율이 낮아지고 제조업가동율은 작년 1월이후 최고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냈다.

반면 5월말까지 경상수지적자는 사상최고수준인 8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외채는 연말께 1,000억달러를 돌파, 2년새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작년중 200억달러를 훨씬 웃돌았던 반도체수출이 단가가 3분의 1로 떨어져
비슷한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업계시각에 따르면 경상적자는 하반기
에도 눈덩이처럼 늘게 돼 있다.

5월중 재고증가율은 6년만에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경기선행지표이기도한 주가는 연일 바닥이기도 하다.

정부관계자들은 현재의 상황이 위기는 결코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나웅배부총리 구본영경제수석이 물가상승 4% 성장 7%를 기록할 올해
우리 경제를 위기라고 봐서는 안된다고 연일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상황을 매우 위태롭게 보는 업계의 현실인식은 수출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는데서 출발한다.

반도체외에도 철강 유화 조선 전자 자동차등 주력업종들이 거의 하나같이
엔저를 바탕으로한 일본제품의 증세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별로 나아질 것 같지않다는 주장이다.

투자를 포함, 지출을 줄이기 위해 사업계획을 재조정하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양측주장의 논리를 비교하면 정부관계자들의 그것이 훨씬 정교한 감이
있다.

이는 업계의 속성상 당연하다고도 할수 있다.

사실 나타난 지표로만 본다면 현재의 상황은 절대로 위기가 아니다.

경기에는 사이클이 있게 마련이고, 올해부터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점도 예견됐던 일이다.

따라서 생산증가율이 작년보다 낮아지고 재고증가율은 높아졌다고 그것만
으로 "위기"라고 할수는 없다는 논리가 타당하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경상수지 적자는 늘어나는 상황이 빚어졌던 해가 비단
올해만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하반기중 성장률이 6%대이하고 떨어지고
경상적자가 110억달러(현재의 정부전망)를 넘어서라도 그것만으로 우리
경제를 위기라고 단정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과거 어느때보다 더 걱정스러운 국면에
와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그 정도를 "위기"라고 표면하는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

우리가 지표로 나타난 것보다 경제의 앞날을 더 걱정스럽게 여기는 까닭은
간단하다.

너무 조용하기 때문이다.

수출부진이 이 정도에 이르면 졍제단체에서 이런 이런것들을 해달라는
건의가 쏟아지고 정부에서도 대책을 세운다고 부산했던게 종전까지의
경험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없다.

정부와 업계의 만남도 없고 정부내의 움직임도 별게 없다.

정부와 재계간 간격이 문제다.

그것이 경제현실의 어려움을 실제보다 확대시켜 사업하는 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고, 대책마련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업인들에게 신이 나도록하는 정책, 그것이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첩경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