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농사에 큰 피해를 주어왔던 고자리파리의 번식을 방사선을 이용해
막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방사선식품조사실 변명우박사는 농림수산부 산하
농업과학기술원과 공동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고자리파리의 번식억제 방법을
연구중이다.

변박사가 수행하고 있는 이 연구의 핵심은 암수 고자리파리의 불임시술.

고자리파리에 방사선의 하나인 감마선을 쪼여 생식활동에 관여하는
DNA고리를 절단함으로써 생식능력만을 선택해 빼앗는다는 것이다.

이는 고자리파리의 생식본능을 이용한것.

아주 작은 1년생 날파리의 일종인 고자리파리는 3~5월이 번식기간으로
이 기간중 수컷은 여러번 교미하는 반면 암컷은 단 한번만 교미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불임수컷을 대량으로 퍼뜨릴 경우 번식을 억제할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선의 조사량을 어느정도로 할것이냐에 있다.

선을 너무 세게 쪼이면 고자리파리가 아예 죽어버리거나 활동력이 떨어져
교미를 할수 없게되고 너무 약하면 생식활동에 관여하는 DNA고리를 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변박사는 고자리파리를 채집,대량으로 증식시켜 선의 조사량을
조절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까지 연구결과로는 대략 0.05~0.2킬로그레이(kGy)정도를 쪼이면
고자리파리의 활동력과 교미욕구를 건드리지 않고도 불임시킬수 있는데
최종결과는 올연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변박사는 이번 연구가 완료되는대로 내년중 불임 고자리파리를 마늘산지에
방사할 예정이다.

또 이 연구결과를 솔잎혹파리 등에도 적용시켜 나갈 계획이다.

고자리파리는 마늘에 알을 낳아 썩게 하는데 그 피해가 한해 마늘수확량의
20~30%에 달해 단양 제천등 마늘산지 농민들의 최대 골칫거리였다.

고자리파리는 특히 농약도 잘듣지 않아 예전에는 청산가리를 뿌리는등
극한 방법도 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박사는 "이번 연구가 성공적인 결실을 맺게 되면 국내 마늘수확량
증대효과는 물론 관련연구를 보다 활성화해 환경공해 없는 해충구제의
길을 여는 등 이중의 효과를 거둘수 있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