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일본에도 주주권리라는 것이 있는가"

"기업경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부분 3월말결산법인인 일본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시즌은 주식회사제도를
떠받치는 주춧돌인 주주들을 철저히 무시한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일본기업들의 배당은 적을 뿐아니라 1년에 한번 열리는 주주총회도 모든
의제가 속전속결로 처리되는등 주주대우면에서는 악명이 자자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올해만큼은 다이와은행과 스미토모상사의 부정거래사건, 미쓰비시
자동차미국공장의 성희롱문제, 포드사의 마쓰다인수등 상장기업과 관련된
대형사건들이 줄을 이었던만큼 다른 해와는 좀 다른 주총이 열리겠거니 하는
것이 주주들의 기대였다.

그러나 혹시 나는 역시 로 끝났다.

경영진이 진지한 자세로 주총에 임하거나 경영책임을 신랄하게 추궁하는
주총은 어디에서도 찾기가 힘들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회의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소액주주들에게 발언기회
를 주는 주총도 거의 없었다.

일부회사에서 적극적인 소액주주들이 나서 경영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예외없이 회사측이 동원한 박수부대에
의해 제압당하고 말았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주총은 30분안팎의 눈깜짝할 사이에 종료됐다.

미쓰비시자동차의 경우는 단한차례의 질문도 이뤄지지 않았고 마쓰다자동차
에서는 2건의 질문이 있었지만 월레스신임사장이 일본말로 간단한 인사를
하는 선에서 종료됐다.

LME(런던금속거래소)에서 대규모부정거래사건을 일으켜 주목을 모았던
스미토모상사의 경우는 더욱 가관이다.

스미토모는 회의장이 좁다는 이유로 일반주주들을 경영진이 결산보고를
하는 방과는 다른 방에 수용했다.

모니터로 보고상황을 지켜만 볼뿐 마이크도 설치하지 않아 질문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렇게해서 세계적 말썽을 피운 스미토모상사의 주총도 불과 38분만에
끝났다.

게다가 상장회사들은 주주들의 참여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총날짜를 담합
하는 기지(?)까지 발휘했다.

"총회꾼들의 회의방해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27일 하룻동안에 3월결산
법인의 90%를 넘는 2천2백41개사가 일제히 주총을 개최한 것이다.

총회꾼들이 주총때면 회사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것은 물론 막아야할
폭력이다.

그러나 주주들의 발언권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총회꾼들이 설치는 것보다도
더욱 악랄한 수법일지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