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대산업 긴급점검] 철강 : 조강류 중심 생산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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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가 좋지 않다.
경상수지 적자만 해도 올들어 5월말까지 80억달러를 넘었다.
올초에 잡았던 연간 적자억제 목표액을 다섯달만에 꽉 채워버릴 정도로
수출이 부진한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 경제가 내리막길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예 앞이 안보인다는 소리도 들린다.
한국 경제에 이처럼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요소는 여러가지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들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엔저 등으로 수출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국제가격이 폭락하는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경쟁력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산업이 이런 악재를 견뎌낼 만한 자생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선진업체와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기반기술과 고급
연구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약골의 체질을 벗어나지
못한게 현실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철강 수출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긴급 진단해 봤다.
< 편집자 >
======================================================================
한국철강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철강재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1.4%가 감소했다.
이는 국제 철강 시황의 부진에 따른 철강재 수출 가격하락에 의한
것이지만 물량 기준으로 할때도 0.7%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 94년에 11.9%, 작년에 2.2% 줄어든 철강재 수출물량은 올해까지
3년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철강재 수입은 같은 기간중 물량 기준으로나 금액 기준으로 모두
급증세를 보였다.
따라서 지난 93년 24억6,000만달러에 이르렀던 철강재 무역 흑자는 지난
94년에 1.7억달러 적자로 반전되었고 지난해에는 적자규모가 6억8,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올 1~4월까지는 8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이미 작년 적자 폭을
넘었다.
한국 수출을 선도해 온 철강 산업이 94년이후 수입의존적인 산업으로
뒤집어진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엔저와 원고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와 국제 철강 시황
악화에 따른 철강산업의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 94년과 95년에 엔고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이
높은 수출증가세를 지속했던 호경기에도 철강 산업은 수출 감소, 수입 급증
이라는 현상을 보였다.
따라서 철강 산업의 무역수지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철강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철강산업은 다른 수출산업과 마찬가지로 원료를 도입해 이를 가공한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철강산업이 수출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고가공제품을 수출하고 경쟁력을 가질수 없는 저가공 제품을 수입
하는 정책으로 나갔어야 했다.
그런데 한국 철강산업은 지난 93년부터 신/증설 투자를 전기로 분야에
집중해 왔다.
일관 제철소의 고로와 전로부문에는 신/증설 투자가 거의 없었다.
전기로부문에서 생산되는 조강류는 원료인 고철의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고 또 저가공 품목이다.
원천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또한 조강류는 80%가량이 국내 건설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내수형 제품
이라고 할수 있다.
아울러 지난 94년부터 자동차 조선 전기/전자 기계 산업 등에 나타난
경기호황은 조강류보다는 판재류 수요를 증가시켰다.
예컨대 판재류 내수는 지난 93년 1,205만t에서 작년 1,764만t으로
46%이상 급증했으나 판재류생산은 같은 기간중 1,988만t에서 2,238만t으로
12.6%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와같이 국내 소비구조에 역행하는 철강증산정책 때문에 판재류를
중심으로 철강재 공급부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내수충족을 위한 수출감소와 수입확대현상이 철강재 전품목으로
파급되었다.
우선 수출주력품목인 판재류의 경우 공급능력의 부족으로 수출물량은
지난 93년 875만t에서 작년 756만t으로 감소한 반면 수입은 같은 기간중
183만t에서 530만t으로 급증하였다.
이와함께 완제품의 공급부족은 슬래브와 빌릿 등 반제품의 수입증가와
함께 고철과 선철 등 원료수입증가를 초래하였다.
이처럼 완제품은 물론 반제품과 원료에 이르기까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철강제품의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한국 철강산업이 경쟁력이 있는
분야인 일관 제철소보다 경쟁력이 약한 전기로부문에 투자를 집중했기 때문
이다.
전기로부문의 투자집중은 판재류를 중심으로 철강재의 전품목에 걸쳐
공급부족현상을 초래했다.
또 철강재 수요산업인 자동차 조선 전기/전자 기계 등의 소재와 부품
구득난으로 이어져 자본재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지금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경쟁력이 있고 앞으로 수출주력제품이 될수밖에 없는 판재류는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또 공급능력에 여유가 있는 조강류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국내시장을
지키기도 힘겨운 실정이다.
따라서 철강산업이 수출산업으로서 위치를 회복하고 자본재 산업에 철강
소재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내 철강산업의 잘못된
투자배분을 시정해야 한다.
즉 내수산업형인 전기로 업종은 국내시장을 지킬 수 있도록 원가절감과
생산성향상 등 합리화투자가 우선되어야 하며 수출산업형인 일관 제철소는
과감한 신/증설을 통해 공급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
경상수지 적자만 해도 올들어 5월말까지 80억달러를 넘었다.
올초에 잡았던 연간 적자억제 목표액을 다섯달만에 꽉 채워버릴 정도로
수출이 부진한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 경제가 내리막길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예 앞이 안보인다는 소리도 들린다.
한국 경제에 이처럼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요소는 여러가지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들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엔저 등으로 수출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국제가격이 폭락하는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경쟁력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산업이 이런 악재를 견뎌낼 만한 자생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선진업체와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기반기술과 고급
연구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약골의 체질을 벗어나지
못한게 현실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철강 수출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긴급 진단해 봤다.
< 편집자 >
======================================================================
한국철강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철강재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1.4%가 감소했다.
이는 국제 철강 시황의 부진에 따른 철강재 수출 가격하락에 의한
것이지만 물량 기준으로 할때도 0.7%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 94년에 11.9%, 작년에 2.2% 줄어든 철강재 수출물량은 올해까지
3년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철강재 수입은 같은 기간중 물량 기준으로나 금액 기준으로 모두
급증세를 보였다.
따라서 지난 93년 24억6,000만달러에 이르렀던 철강재 무역 흑자는 지난
94년에 1.7억달러 적자로 반전되었고 지난해에는 적자규모가 6억8,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올 1~4월까지는 8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이미 작년 적자 폭을
넘었다.
한국 수출을 선도해 온 철강 산업이 94년이후 수입의존적인 산업으로
뒤집어진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엔저와 원고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와 국제 철강 시황
악화에 따른 철강산업의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 94년과 95년에 엔고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이
높은 수출증가세를 지속했던 호경기에도 철강 산업은 수출 감소, 수입 급증
이라는 현상을 보였다.
따라서 철강 산업의 무역수지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철강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철강산업은 다른 수출산업과 마찬가지로 원료를 도입해 이를 가공한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철강산업이 수출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고가공제품을 수출하고 경쟁력을 가질수 없는 저가공 제품을 수입
하는 정책으로 나갔어야 했다.
그런데 한국 철강산업은 지난 93년부터 신/증설 투자를 전기로 분야에
집중해 왔다.
일관 제철소의 고로와 전로부문에는 신/증설 투자가 거의 없었다.
전기로부문에서 생산되는 조강류는 원료인 고철의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고 또 저가공 품목이다.
원천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또한 조강류는 80%가량이 국내 건설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내수형 제품
이라고 할수 있다.
아울러 지난 94년부터 자동차 조선 전기/전자 기계 산업 등에 나타난
경기호황은 조강류보다는 판재류 수요를 증가시켰다.
예컨대 판재류 내수는 지난 93년 1,205만t에서 작년 1,764만t으로
46%이상 급증했으나 판재류생산은 같은 기간중 1,988만t에서 2,238만t으로
12.6%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와같이 국내 소비구조에 역행하는 철강증산정책 때문에 판재류를
중심으로 철강재 공급부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내수충족을 위한 수출감소와 수입확대현상이 철강재 전품목으로
파급되었다.
우선 수출주력품목인 판재류의 경우 공급능력의 부족으로 수출물량은
지난 93년 875만t에서 작년 756만t으로 감소한 반면 수입은 같은 기간중
183만t에서 530만t으로 급증하였다.
이와함께 완제품의 공급부족은 슬래브와 빌릿 등 반제품의 수입증가와
함께 고철과 선철 등 원료수입증가를 초래하였다.
이처럼 완제품은 물론 반제품과 원료에 이르기까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철강제품의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한국 철강산업이 경쟁력이 있는
분야인 일관 제철소보다 경쟁력이 약한 전기로부문에 투자를 집중했기 때문
이다.
전기로부문의 투자집중은 판재류를 중심으로 철강재의 전품목에 걸쳐
공급부족현상을 초래했다.
또 철강재 수요산업인 자동차 조선 전기/전자 기계 등의 소재와 부품
구득난으로 이어져 자본재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지금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경쟁력이 있고 앞으로 수출주력제품이 될수밖에 없는 판재류는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또 공급능력에 여유가 있는 조강류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국내시장을
지키기도 힘겨운 실정이다.
따라서 철강산업이 수출산업으로서 위치를 회복하고 자본재 산업에 철강
소재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내 철강산업의 잘못된
투자배분을 시정해야 한다.
즉 내수산업형인 전기로 업종은 국내시장을 지킬 수 있도록 원가절감과
생산성향상 등 합리화투자가 우선되어야 하며 수출산업형인 일관 제철소는
과감한 신/증설을 통해 공급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