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1일부터 위성 1, 2채널을 통해 첫 방송전파를 내보냄으로써 국내에도
위성방송시대가 개막됐다.

시험방송이긴 하지만 우리의 통신위성인 무궁화호를 통해 미국 다이렉TV와
일본 퍼펙트TV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시도되는 디지털 전송방식이라는 데서
그 의미는 자못 크다.

이제 우리의 방송도 적어도 하드웨어부문에서는 지상파방송, 케이블TV에
이어 명실상부한 다매체 다채널의 틀을 갖추고 방송의 무한경쟁시대에
뛰어들게 된 셈이다.

그러나 막상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위성방송의 법적 근거가 될 새방송법 제정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위성방송
12개 채널의 허가문제를 둘러싼 공보처와 정보통신부 간의 이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당장 위성방송 시청에 필수적인 수신장비의 값이 비싸 보급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정상적인 수신방식으로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다만 케이블TV를 통한 시청이 가능토록 해 당분간은 케이블TV 시청자를
위한 위성방송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케이블TV는 음향 화면 모두 아날로그방식이어서 채널수만 2개가
더 늘었을 뿐 디지털방식 위성방송의 장점을 전혀 맛볼 수 없기 때문에
이래저래 위성방송은 사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성방송이 시청자 없는 공허한 방송이 되지 않으려면 수신기등 관련장비
값부터 당장 내려야 할 판이다.

수신기가 80만~100만원, 수신기내장형 와이드TV가 300만~320만원의 고가를
유지하는 한, 본방송이 시작될 내년 10월까지 수신기보급을 100만대로
끌어올리겠다는 KBS의 계획은 희망사항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의외로 내담하자 KBS측은 당초 하루16~20시간으로
계획했던 방송시간을 대폭 축소한다는 입장이다.

위성방송특수를 예상해 대대적인 판촉까지 계획했던 전자업체들은 수신
장비의 생산을 대폭 감축하는등 계획수정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방송시간까지 단축되면 장비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가격인하가 한층 어려워진다는 것이 장비메이커들의 말이다.

방송의 핵심이라고 할 프로그램도 대부분 지상파방송의 재탕이라는
지적들이다.

이러한 자세로 지상파방송 케이블TV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제대로 버텨
나갈수 있을지 의문이다.

처음부터 케이블TV 시청자들을 주시청자로 하는 위성방송이라면 타방송과의
경쟁과 조화는 커녕 케이블TV에 종속될 위험이 크다고 봐야한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볼때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소프트웨어시장도 열악한
상황에서 서둘러 시작된 위성방송이 국내방송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얼마나 기여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위성방송이 제위치를 확보하려면 1년 남짓한 시험방송기간 동안 무리하게
시청자의 시선끌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본방송에 대비한 프로그램개발과
기술및 자료축적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프로그램이 좋아야 수신장비의 판매도 늘어나고 수신장비가
잘 팔려야 생산이 활발해져 가격인하를 유도할수 있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