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하반기 증시가 시작됐다.

상반기 장세를 돌아보면 지난 4월을 제외하고는 하락 또는 침체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장세가 갑자기 악화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시장 분위기는 현실 파악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아마도 지난 4월의 돌출장세를 지나치게 과대 평가한 탓이 아닌가 싶다.

지난 4월장세의 배경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단기적이고 인위적인
장세였음을 알수 있다.

총선거 직전에 기관을 통해 순매수 우위정책을 쓰도록 함으로써 대기매물
소화를 유도했고, 외국인 한도 확대도 그 시점에다 맞추었을 뿐 아니라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시중금리 인하가 정부 주도로 강도 높게 추진된 것은
단기 상승장세 연출에 충분한 기반을 제공해 주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장세는 기본여건의 뒷받침이 없다면 오래 갈수 없다.

자금공급 또는 물량 흡수에 따른 장세는 길면 3개월, 짧으면 1개월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상례이다.

이번 장세는 지난 4월 하반기부터 사실상 상승세가 둔화됐기 때문에 굳이
따지면 가장 짧은 상승 장세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지난 상반기 동안의 주식시장은 4월의 돌출장세만 없었다면 경기부진
을 반영한 지루하고 긴 약세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현 장세를 본다면 현재의 침체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시간적으로 보더라도 경기부진을 장세가 소화해 내기
에는 벅찬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지난해 4.4분기부터 시작해 3분기 동안 침체장세가 계속 된다면 이제
기술적 한계를 넘겼다고도 볼수 있다.

왜냐하면 경기부진이 6개월 이상 계속되면 장세는 대세하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지난 4월의 돌출장세가 신용매물과 대기매물만
늘려놓은 셈이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경기문제를 사전적으로 차분하게 들여다 볼수 있는 기회를 뺏아간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증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대단히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다시 말해 내재가치 우량주의 주가 상승이나 경기여건 반영 등을 통해서
상당한 진전을 보여온 바 있다.

이런 장세의 수준에서 공연한 장세 자극이나 인위적인 주가 움직임 의도를
가진다면 장기적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음은 물론이다.

긴급한 심리적 수습이 아니라면 수급기능을 통한 장세관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 시장 참가자 모두가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요즘 거론되고 있는 이런저런 수급관련 기대책들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근본문제인 경기 하강속도 심화우려나 국제수지 악화,
외채누증, 저축률 저하, 물가불안 등의 문제를 완화시키는데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이제 유리 경제의 문제는 비단 승시관계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가적인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온 국민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경기 타개책이
나온다면 그것으로 증시는 바닥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공연히 현재의 경기에 대해 위기냐 아니냐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것은 오히려 국면의 관심만 분산시키고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정말 효과적이고 문제를 정확히 진단한 하반기 경기대책이 정부로부터
강구된다면 증시는 그 순간부터 심리적 안정과 함께 지지선 구축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자칫 미봉책에 그친다면 실망매물은 또 나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경기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이번 주는 매우
중요한 한 주간이 될 것이다.

< 아태경제연구소 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