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1일 세차례의 찬반투표를 벌이는등 "천신만고" 끝에 임.단협
을 타결했지만 기아를 보는 경영계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기아가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 올 임.단협의 물을
흐려 놓았다는 불만 때문이다.

경영계의 이런 시각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사실상 주 41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노조의 작업중지권도 처음 인정해 줬다.

거기다 3차 찬반투표를 앞둔 "막판에는" 생산장려금 30만원을 지급해
"무노무임"의 원칙을 깨뜨렸다는 소리까지 들고 있다.

임.단협 중인 전국 노조들이 기아 노조의 "혁혁한 전과"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상태다.

10위권내 그룹의 주력기업인 기아자동차가 "선뜻" 양보함에 따라 노동계의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것이 경영계의 불만이다.

특히 근로시간단축 문제는 기아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까지" 확산될 수는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근무시간을 줄일 필요가 없는 대우전자등 전자업계에서까지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결국 기아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작업중지권 문제도 기아가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쟁점이 될 수 없었다는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작업중지권은 민노총등이 올해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실익이 적어" 예비용으로 갖고 있던 카드였다는 설명이다.

"무노무임" 문제만 해도 그렇다.

기아가 조기정상화라는 "자신들만의" 이익을 채우려고 일시금 30만원을
지급해 또 한번 기름을 부었다는게 경영계의 불만이다.

물론 기아도 할 말은 있다.

"시기가 다른 대형사업장 보다 앞섰을 뿐 모든 것이 작업장 자율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정부나 사용자단체에서 노사관계를 조기 안정시키기 위해 기아를
"제물"로 사용하고 있다는 불만을 토하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근로시간문제는 당초 주 40시간 요구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득해 후퇴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주 41시간''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주 42시간 근무를 하면서 생산성
이나 작업안전도 향상을 위해 일부 토요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단협타결안에 ''주 42시간 격주휴무제''를 명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이라고 덧붙였다.

작업중지권도 "파업이나 태업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경영계의 우려와
다르다는게 기아의 주장이다.

"근로자가 자기의 생명을 위협받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곧바로
그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는 점을 명기해 ''개인 작업자에게 긴급대피권을
준 것''일뿐 의도적인 라인중단 가능성은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무노무임"의 경우도 매년 파업의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상여장려금
으로 일시금을 지급하는 그동안의 관례에 따랐을 뿐이라며 ''무노무임''의
원칙 파기로 매도되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지난해에도 생산장려금으로 40만원씩을 지급했었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