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UHF로 옮겨가 버린 AFKN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씩 그네들은
영어이외에도 많은 것을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영어가 들리지 않던 그 시절, 몰라서 무심코 지나쳤던 AFKN방송에 대한
이미지가 이제는 조금씩 내용을 알고 보게 되자 다른면을 본다는 느낌을
자주 갖는다.

미국 방송을 칭찬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AFKN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강철왕 카네기와 같은 위대했던
미국인들의 업적을 소개하거나, 미국내 각주의 지명에 대한 유래를 알림
으로써, 미국의 위대함을 은근히 과시하는 동시에 지금은 먼곳에 있지만
조국인 미국을 잊지 말라는 내용의 방송을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상업광고가 없는 채널이기에 대체 방송으로서 국가적인
홍보물이라는 면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상업성에 치중해 이런
면에서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전에 MBC에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연속물을 기획한 적이 있다.

국민적인 호응도 좋았고, 자신의 고향에 대한 향수도 느낄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소리를 못 듣고 자라온 신세대들에게는 간접 경험의 기회를 주기도
했었다.

각 방송사에서 상업광고 시간을 조금 할애하여 서울내 각 지명에 얽힌
유래를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고 해보자.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에 대한 애착이 소록소록 살아날 것이다.

더 나아가 전국의 특이한 지명을 알려주는 연속물을 제작하기를 권해 본다.

역사속의 인물들을 한 명씩 발굴하여 한국인의 자부심을 돋구어 주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국사교육은 없으리라고 본다.

배훈 < 광주 동구 지산1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