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대표 중.단편소설을 모은 "한국현대대표소설선" (전 9권
창작과 비평사 간)이 나왔다.

이 선집에는 1910년대 신채호 양건식에서 50년대 이호철 김동립까지
90명의 중.단편 165편이 실려 있다.

1차분 6권 출간.

편집위원은 임형택 민족문학사연구소대표 (성균관대 교수) 정해류
현대실학사대표 최원식 창비주간 (인하대 교수) 임규찬 창비편집위원
김재용 연세대교수 등 5명.

편집진은 "민족문학의 시각에서 소설사적 중요성이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묻혀있던 작품들까지 선정대상으로 삼았으며
작가의 명성보다 내용중심으로 엄선했다"고 밝혔다.

선집에는 이광수의 "혈서" 김동인의 "태형" 염상섭의 "양과자갑"
나도향의 "지형근" 유진오의 "여직공" 등 우리문학사의 분수령을 이룬
명작들이 망라돼 있다.

이 가운데 신채호의 우화소설 "용과 용의 대격전", 태화산인(최찬식
혹은 그의 아버지 최영연으로 추정되는 작가)의 "우의" 양건식의 "귀거래"
현상윤의 "핍박" 염상섭의 "남충서" 송영의 "월파선생" 이선희의 "창"
박찬모의 "꿈꾸는 마을"등은 현대본으로 처음 선보이는 것.

특히 40년 일본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이었던 김사량의 "빛속에서"가
서은혜 전주대 교수의 번역으로 수록된 것은 큰 수확으로 꼽힌다.

해금된 월.납북작가 및 재북작가들의 대표작도 눈에 띈다.

이기영 한설야 송영 이태준 박태원 안회남 김남천 이북명 엄흥섭
박노갑 현덕 최명익 등이 그들.

그런가하면 이들의 대표작도 새로운 기준에 따라 조정됐다.

염상섭의 경우 습작이던 "표본실의 청개구리" 대신 20년대 세태를
그린 "전화"가 뽑혔으며 채만식은 "레디메이드 인생"이 빠지고 "명일",
이광수는 단편 "혈서"가 대표작으로 선정됐다.

편집과정에서 초판본과의 비교를 통해 오.탈자 및 문장누락을 바로잡은
것도 주목되는 성과.

허준의 "속 습작실에서"는 "어디서 한푼 돈수있는 사람"으로 오식된
것을 "어디서 한푼 돈을 낳을 수 있는 사람"으로 교정됐다.

근대문학 초기 저작은 더욱 오식과 누락이 많아 이광수의 "무명"은
100여자를 바로잡기도 했다.

각권 끝에는 편집위원들의 해설이 실려있어 한국문학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볼수 있도록 했으며 "낱말풀이"도 따로 들어있다.

낱말풀이에는 "남포질" "물쿠다" 등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순우리말, 사전에 들어있지 않는 낱말, 사투리 등이 하나하나 설명돼
있다.

앞으로 나올 7~9권에는 유주현 정한숙 손소희 강신재 장용학 박경리
서기원 선우휘 하근찬 한말숙 최일남씨등 최근 작가들의 작품이 실릴
예정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