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60) 제10부 정염과 질투의 계절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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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언홍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가사는 언홍을 방 복판에 세워두고 등불을 들고 와서 언홍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언홍은 한손으로는 젖가슴을 가리고 또 다른 한손으로는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었다.
"허허, 손을 치워보라니까"
가사는 등불을 언홍의 사타구니께로 가져가며 달래듯이 말했다.
그러자 언홍은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손까지 내려 두 손으로 사타구니를
가렸다.
가사는 그 모습이 귀엽고 순진하게 여겨지기도 하여 언홍의 손을
치운다든지 하지는 않았다.
"음, 됐어. 마치 유약을 잘 발라 정성껏 구워낸 백자 항아리 같군"
가사는 원앙에 대한 생각이 사그라질 정도로 언홍의 몸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었다.
"자, 이제는 침상에 누워보아라"
가사가 침상을 가리키기까지 하며 지시를 하였지만, 언홍은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을 하지 않았다.
"내가 안아다 침사에 누이랴?"
가사가 빙그레 웃으며 다가가자 그제야 언홍이 정신이 든 듯 침상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침상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언홍이 가사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인 채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
"이렇게 누워보래두"
가사가 언홍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가볍게 밀어 뉘자 언홍이 다시금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다리도 올려야지"
가사는 언홍의 다리까지 두 팔로 들어 침상에 올려놓았다.
언홍의 혀연 알몸이 붉은 비단 위에 놓여 있으니 그야말로 앙증
맞으면서도 탐스러운 백자 항아리 하나가 고급 천에 싸여 있는 듯하였다.
언홍은 앞으로 닥칠 일을 각오하는 표정으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옷을 다 벗지 않고 간편한 속옥 차림을 하고 있던 가사가
교의를 침상 가까이로 끌어다 놓으며 거기에 앉았다.
언홍은 가사가 왜 침상으로 올라오지 않는지 궁금하였지만 여전히
눈을 감고만 있었다.
이윽고 등불빛이 어른거리던 언홍의 눈꺼풀에 캄캄한 어둠이 덮였다.
대감이 불을 껐으니 이제 곧 침상으로 오르려나 보다.
하지만 침상으로 오르는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언홍이 당황스러워 두 눈을 떠보았으나 칠혹 같은 어둠뿐이었다.
그때 발끝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져 얼른 발을 오무렸다.
"놀라긴. 넌 그대로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
가사가 오무린 언홍의 다리를 다시 펴며 발가락을 하나하나 만지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4일자).
가사는 언홍을 방 복판에 세워두고 등불을 들고 와서 언홍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언홍은 한손으로는 젖가슴을 가리고 또 다른 한손으로는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었다.
"허허, 손을 치워보라니까"
가사는 등불을 언홍의 사타구니께로 가져가며 달래듯이 말했다.
그러자 언홍은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손까지 내려 두 손으로 사타구니를
가렸다.
가사는 그 모습이 귀엽고 순진하게 여겨지기도 하여 언홍의 손을
치운다든지 하지는 않았다.
"음, 됐어. 마치 유약을 잘 발라 정성껏 구워낸 백자 항아리 같군"
가사는 원앙에 대한 생각이 사그라질 정도로 언홍의 몸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었다.
"자, 이제는 침상에 누워보아라"
가사가 침상을 가리키기까지 하며 지시를 하였지만, 언홍은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을 하지 않았다.
"내가 안아다 침사에 누이랴?"
가사가 빙그레 웃으며 다가가자 그제야 언홍이 정신이 든 듯 침상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침상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언홍이 가사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인 채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
"이렇게 누워보래두"
가사가 언홍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가볍게 밀어 뉘자 언홍이 다시금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다리도 올려야지"
가사는 언홍의 다리까지 두 팔로 들어 침상에 올려놓았다.
언홍의 혀연 알몸이 붉은 비단 위에 놓여 있으니 그야말로 앙증
맞으면서도 탐스러운 백자 항아리 하나가 고급 천에 싸여 있는 듯하였다.
언홍은 앞으로 닥칠 일을 각오하는 표정으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옷을 다 벗지 않고 간편한 속옥 차림을 하고 있던 가사가
교의를 침상 가까이로 끌어다 놓으며 거기에 앉았다.
언홍은 가사가 왜 침상으로 올라오지 않는지 궁금하였지만 여전히
눈을 감고만 있었다.
이윽고 등불빛이 어른거리던 언홍의 눈꺼풀에 캄캄한 어둠이 덮였다.
대감이 불을 껐으니 이제 곧 침상으로 오르려나 보다.
하지만 침상으로 오르는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언홍이 당황스러워 두 눈을 떠보았으나 칠혹 같은 어둠뿐이었다.
그때 발끝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져 얼른 발을 오무렸다.
"놀라긴. 넌 그대로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
가사가 오무린 언홍의 다리를 다시 펴며 발가락을 하나하나 만지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