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삼성그룹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꿈은 이루어질까.

근대올림픽 1백주년을 기념하는 "96 애틀랜타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오는 16일현지에서 열릴 제 105차IOC총회에서 한국이 김운용IOC
부위원장겸 대한올림픽위원회위원장외에 또 다른 IOC위원을 배출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사마란치 IOC 위원장은 지난 4월 쉐라톤워커힐에서 열렸던
세계생활체육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번 IOC총회에서는 한국에
IOC위원을 1명 더 배정하겠다는뜻을 강력히 시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IOC총회에서는 IOC위원 추가선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체육계 주변의 분위기여서 이건희삼성그룹 회장이 IOC위원이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철저한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부다페스트 제104차총회 때도 이건희회장의 IOC위원
선임이 점쳐졌으나 총회는 11명의 새 위원을 선출하면서 이건희회장을
제외했었다.

올해도 지난해의 상황이 되풀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에 IOC위원의 추가선임 여부를 섣불리 점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총회에서 위원선임이 무산되자 "언론에서 먼저
선임가능성을 한껏 부풀려 놓고 막상 무산되니 우리더러 "김칫국부터
마셨다"고 화살을 돌렸다"며 언론에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삼성은 이번에도 "떠들어봐야 좋을 게 없다"면서 입조심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입장과는 달리 한편에서는 그룹차원에서
IOC총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몇가지 움직임을 전개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룹은 1일부터 애틀랜타시에 1백50만달러를 들여 "삼성 96 엑스포"를
개최, 그룹 이미지 홍보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미국 CNN을 통해 그룹 이미지광고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세계각국의 유력 TV방송을 통해
그룹 PR광고를 하기로 했다.

삼성이 해외에서 TV를 통해 그룹이미지 광고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세계입니다"라는 제목의 이 광고물은 고객과
소비자의편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내용으로 애틀랜타 올림픽 기간중
CNN을 통해 1분짜리와 30초짜리의 두가지 형태로 하루 28회씩 전세계에
방영된다.

CNN 광고는 1일부터 올림픽이 끝나는 8월4일까지 프라임타임대에
집중방영되며 연말까지 방영될 유러스포츠뉴스에는 올림픽의 주요
경기 중계 때 마다 방영되기 때문에 광고효과는 대단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건희회장 역시 지난달 21일 현지로 출국, 바쁜 걸음으로 "모종의
분위기"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룹쪽에서는 반도체값 하락과 관련,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것이라고 회장의 출장배경을 설명하고 있으나 올림픽 관계자들과의
접촉 목적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그룹 직원들은 만일 회장의 IOC 위원선임이 성사될 경우 반도체
경기침체와함께 잔뜩 가라앉아 있는 그룹 분위기가 다소 밝아지지
않겠느냐며 이건희 회장의 IOC위원 피선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