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 이성구기자 ]

쌍용그룹이 2005년까지 아시아지역에 2백억달러를 투자키로 한 것은
그룹의 활동무대를 세계로 넓히기 위한 첫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김석준회장도 "해외사업을 자동차사업의 정상화와 함께 그룹운영의
양대축으로 삼을 계획이며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를 시발로 유럽
미주지역에 대한 청사진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이 4일 내놓은 "아시아 중장기 경영전략"은 투자규모도 규모지만
그룹의 비젼을 담고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2005년까지 국내 5위, 세계 50대그룹에 진입한다는 것으로 쌍용이
이같은 목표를 제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사업에 안주해오던 그간의 보수적 경영에서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하는 공격적 경영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세계화 국제화를 핵으로 하는
김회장의 경영구상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엿볼 수있게 하는 대목이다.

김회장은 지난5월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영무대의 세계화"를 강력히
지시했었다.

이번 싱가포르 회의에서도 그는 "해외사업의 본격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더 나아가 생존문제인 만큼 그룹 총력체제로 해외사업 개척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쌍용그룹관계자는 이와관련해 "국내에서는 자동차사업을 조시 정상화
시키는데 주력하고 나머지 부문의 사업은 물줄기를 해외로 튼다는게
그룹운영의 기본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이 아시아를 첫 거점이자 최대거점 지역으로 삼은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동남아를 비롯해 중국 인도등은 현대 삼성 LG그룹 등 내로라한는
그룹들이 이미 "청사진"을 제시한 한 지역이다.

외국기업은 물론 국내기업간 경쟁도 상당히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쌍용이 아시아를 첫 타킷으로 선정해 2005년까지 이 지역에서
해외 총매출의 80%인 6백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했다.

쌍용의 이같은 "야심"은 아시아,그중에서도 동남아지역에서는 국내
다른그룹에 비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쌍용그룹은 국내 건설업체들이 중동특수에 매달려 있던 70년대부터
동남아 건설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20여년간 쌓아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등 동남아국가 정부및 화교상인들과 신뢰관계가 더 없는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것.

쌍용은 특히 동남아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화교상인들로부터
두터운 신용을 얻고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때문에 이번 전략회의에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쌍용은 화교권과의 "돈독한 관계"를 활용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펼침으로써
아시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김회장이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경영 인프라"를 재구축한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조정된 경영인프라는 해외사업 지원체제구축과 경영평가제 도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시아 권역별 5개 지역본부를 신설하고 계열사 해외담당 임원및
그룹종합조정실 연구소를 중심으로 그룹 해외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성해
해외사업을 총괄적으로 조정.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회장은 특히 올 하반기에 "임원평가제"를 내년부터는 "경영실적
평가제"를 각각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사장이나 능력이 부족한 임원들은 과감히
인사조치 하겠다는 뜻이다.

김회장은 또 "그룹전체 부장급의 3%를 올 하반기부터 1년동안 해외에
연수시켜 "차세대 경영자"로 육성하는 한편 고급인력을 각 계열사가
공유할수 있는 "인력 풀(Pool)"제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적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위해 인력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