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윤통상산업부 장관이 지난 3일 "현대 제철소"를 허용할 것처럼
말을 했다가 몇시간 뒤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을 하고 나서자 업계는
박장관 발언의 "진의"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박장관은 이날 오후 통산부 기자실에 들러 "현대의 일관제철소
사업에 대해 정부가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더라도 현대가 자기책임하에
제철사업을 추진한다면 현행 규정상 제도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이 발언에 대해 조간신문들이 일제히 "현대 제철소 허용 시사"로
보도하자 통산부는 허둥지둥 "현행법상 제철업 신규진입에 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부연 설명한 것이지 허용여부에 대한 의견을 말할
것은 아니다"며 "원론적인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통산부 관계자는 "박장관이 사전 준비없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해버린 해프닝일뿐"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부가 그간의 반대입장을 바꾸기 위한 시나리오성
언론 플레이가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단 주무장관이 이런 식으로 운을 떼어놓고 점차 허용쪽으로 방향을
트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말에 신중하기로 소문난 박장관이 이처럼 미묘한 사안을
"아무 생각없이"말했겠느냐는 게 이런 분석의 근거다.

또 정부의 상층기류가 최근 현대에 제철소를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를 봐도 그렇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김영삼대통령이 공기업 사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민영화보다는 경영혁신"을 강조한 것도 바로 제철산업의
경쟁체제 도입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어쨌든 업계는 박장관의 "3일 발언"이 현대의 제철사업 추진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다.

그 말이 박장관의 실수였건,의도였건 말이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5일자).